이탈리아 서쪽 해상 부델리섬에서 32년 간 홀로 살아온 마우로 모란디 생전 모습. 사진 모란디 페이스북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32년이란 세월을 지중해 무인도에서 홀로 지내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로 불린 이탈리아의 마우로 모란디(85)가 세상을 떠났다.
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에 따르면 모란디는 최근 고향인 이탈리아 북부 모데나로 돌아와 양로원 입원한 뒤 지난 3일 숨졌다. 그는 지난해 여름 낙상 사고 이후 건강이 악화했다고 한다.
모란디는 영국 작가 대니얼 디포의 소설 속 '로빈슨 크루소'와는 달리 자발적인 은둔자였다. 이 소설은 배가 난파돼 무인도에 살게 된 한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다.
체육교사였던 모란디는 1989년 자신의 소형 보트로 남태평양 여행을 시도했다가 배가 고장 나면서 이탈리아 서쪽 바다의 부델리섬에 발을 들였다. 섬 관리인이 곧 은퇴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항해를 포기한 뒤 이 섬에 정착했다.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끼던 차에 부델리섬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한 것이다.
1.6㎢ 크기의 부델리섬은 핑크빛 백사장으로 유명한 천혜의 명소다. 이탈리아 영화의 거장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가 1964년에 만든 '붉은 사막'의 촬영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20년 부델리섬에서 홀로 생활할 당시의 마우로 모란디. 사진 모란디 페이스북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후 모란디는 32년 동안 섬에서 혼자 살며 길을 정비하고 해변을 청소했다. 관광객에게 섬의 생태계를 안내하거나 섬의 새와 나무 등 생태 환경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리기도 했다.
식료품이나 생필품은 부델리섬 인근의 라 마달레나섬에서 배편으로 공급받았다. 또 직접 태양열 발전기를 제작해 전등·냉장고·인터넷 연결 등에 필요한 전기를 모아 사용했다.
하지만 2016년 소유권 다툼 끝에 이 섬을 인수한 라 마달레나 해상국립공원 측은 섬을 생태·환경교육의 장으로 만들기로 했다. 이에 따라 모란디 자택의 구조변경을 요구했으며 불응 시 섬에서 나가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라 마달레나 공원 당국의 이런 결정은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됐고 그의 퇴거에 반대하는 청원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긴 싸움에 지친 모란디는 2021년 부델리섬을 떠나 라 마달레나 섬에 있는 소형 아파트로 거처를 옮겼다.
모란디는 당시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부델리섬을 떠난 이후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나는 고요함에 너무 익숙해졌다. 지금은 끊임없는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모란디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 7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그의 사망 소식에 팔로워들은 추모 댓글을 남기고 있다. 한 팔로워는 "안녕, 마우로. 이제 수십 년 동안 당신을 지켜준 섬으로 돌아갈 수 있겠네요"라고 썼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