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2 (금)

    이슈 한국인 메이저리거 소식

    ‘음주운전 징역형’ ‘추신수 외삼촌’…박정태 선임이 신세계의 ‘신’ 경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박정태 SSG 랜더스 2군 감독 내정자가 지난 2019년 음주 상태로 버스 운전을 방해하는 모습. KBS 뉴스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20년 7월의 일이다. 에스에스지(SSG) 랜더스 전신인 에스케이(SK) 와이번스 강화도 2군 훈련장에서 일이 벌어졌다. 코로나19로 엄중한 시기에 신인급 2군 선수들이 강화도 숙소를 무단 이탈하고 새벽 5시가 넘어 귀가하는 과정에서 선수 두 명이 각각 무면허(연습면허) 운전과 음주 운전을 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후 선임 선수가 정신력을 다잡는다는 이유로 군기 훈련을 가하자 이들 선수는 반발했고, 결국 발끈한 선임 선수는 후배 선수를 폭행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에스케이 구단은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은폐하기 급급했다. 에스에스지로 간판을 바꾼 지난 2023년에도 강화도에서는 후배 얼차려와 방망이 폭행 등의 사건이 있었다.



    에스케이 포함, 에스에스지 2군 문제를 서술하는 이유는, 최근 에스에스지 구단이 퓨처스(2군) 사령탑으로 박정태 전 롯데 자이언츠 코치를 선임했기 때문이다. 현역 시절 박정태 신임 감독은 ‘악바리’라고 불릴 정도로 ‘독한 야구’를 하면서 프로야구 레전드가 됐다. 그는 은퇴 뒤 2005년 미국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산하 마이너리그팀에서 타격 및 주루코치로 있었고, 2012년까지 롯데 타격 코치와 퓨처스 감독을 지냈다. 8년간 지도자 생활을 하기는 했으나, 그의 지도 능력은 크게 평가받은 적이 없다.



    한겨레

    현역 시절 박정태 SSG 2군 감독의 모습.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세대에 ‘박정태’ 하면 떠오르는 것은 2019년 CCTV에 찍힌 모습이다. 당시 술에 취한 상태로 운행 중인 버스에 올라 운전기사를 겁박하고 운전을 방해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사건으로 박정태 감독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을 통해 알려진 사실은 박 감독이 이전에도 두 차례 음주운전이 적발됐다는 것이었다. 야구로 치면, ‘삼진 아웃’이다.



    에스에스지 구단 측은 은퇴 뒤 정용진 구단주(신세계그룹 회장) 보좌역으로 선임된 추신수와의 연계성을 강하게 부인한다. 그러나 박정태 감독이 추신수의 외삼촌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다 안다. 2023년과 2024년에 에스에스지 2군 선수단을 상대로 교육했다고는 하지만, 이전까지 그는 에스에스지나 에스케이와 연관성이 없었다. 박 감독은 강연에서 지난 일에 대한 반성과, 야구에 대한 절실함, 그리고 야구 공익 활동 등을 언급하면서 구단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하는데 에스에스지 구단이 2군 감독의 역할을 무엇으로 보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옛말에 배밭에서는 갓끈을 고치지 말고 오이밭에서는 신발 끈을 묶지 말라고 했다. 추신수 관련, 불필요한 오해를 걷어내기 위해 역차별이라고 해도 에스에스지 구단은 박정태 감독을 후보에서 제외했어야만 했다. ‘적발된’ 3차례의 음주운전과 버스 기사 폭행에 따른 징역형의 무게를 상쇄할 만큼 박정태 감독의 능력치가 뛰어난지도 모르겠다. 그는 프로야구 현장을 떠난 지 무려 13년이나 됐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야구 환경은 엄청나게 달라져 있다. 더군다나 2군 감독이라는 위치는 1군 감독이 공석일 때 곧바로 1군 지휘봉을 맡을 수도 있는 자리다. 이숭용 에스에스지 1군 감독은 올해가 계약 마지막 해다.



    에스에스지 구단은 창단 이후 여러 차례 입길에 올랐다. 2022년 창단 첫 통합우승을 함께한 류선규 단장을 그해 경질했고, 통합 우승 다음해(2023년) 계약 기간이 2년이나 남은 김원형 감독을 잘랐다. 당시 에스에스지는 정규리그 3위였다. 비선 실세 의혹은 거듭 흘러나왔다. 그리고, 팀 프랜차이즈였던 김강민을 2차 드래프트 35인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해 중견수가 필요했던 한화 이글스가 지명하는 사태를 촉발시켰다. 안일한 일 처리로 김성용 단장도 자리를 내놨다. 그리고, 2024년 끝자락(31일)에 야구장 밖에서 크게 물의를 빚었던 사람을 신임 2군 감독으로 앉혔다. 비상식의 연속이다.



    야구는 그저 공놀이에 불과하다. 모그룹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니 회장님의 놀이터라고 해도 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야구를 보면서 누군가는 꿈을 꾼다. 야구만큼은 공정하고, 상식적일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에스에스지 구단의 선택은 자꾸만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야구단은 모그룹의 얼굴일 텐데, 신세계그룹의 경영 방침이 그런 것인지 자못 궁금해진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