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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그린란드 가지겠다는 트럼프, 큰아들 보냈다…덴마크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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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7일 그린란드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아들 트럼프 주니어가 현지인의 ‘셀카’ 촬영에 응하고 있다. 누크/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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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덴마크의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획득하기 위해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힌 날 그의 장남 도널트 트럼프 주니어가 이곳을 방문했다.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인 덴마크 쪽은 주권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트럼프 부자의 행보에 분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는 7일(현지시각) 자신의 이름을 새긴 전용기가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 착륙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도널드 주니어와 나의 대표단이 그린란드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단한 환영을 받았다. 그들과 자유 세계는 안전, 안보, 힘, 평화가 필요하다. 이번 거래는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의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본뜬 ‘그린란드를 다시 위대하게’(Make Greenland Great Again)라는 표현을 썼다.



트럼프 주니어는 누크 공항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그저 관광객으로 왔을 뿐이라면서도 “아버지와 어제 얘기했는데 그린란드의 모든 이들에게 인사를 전하라고 했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팟캐스트 동영상 촬영을 주목적으로 그린란드에 하루만 머문다고 그의 측근이 밝혔다.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그가 개인 자격으로 방문한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접촉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선에서 트럼프의 정치적 분신 역할을 한 트럼프 주니어의 방문 시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방문은 그린란드 취득 의지를 과시하고 현지인들을 선동하려는 뜻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주니어는 현지인들에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문구를 새긴 빨간색 모자를 나눠주기도 했다.



트럼프는 그린란드를 덴마크로부터 매입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그는 전날에는 “우리는 당신들을 잘 대해주겠다”며 그린란드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트럼프가 그린란드에 도착한 트럼프 주니어 일행 앞에서 현지인과 통화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도 인터넷에 올라왔다.



집권 1기 때도 매입에 대한 관심을 표현한 트럼프는 석유와 희토류 등 풍부한 자원, 북극과 인접한 전략적 가치 등을 고려해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린란드에는 미국 우주군 기지도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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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 전(왼쪽)과 후의 덴마크 왕실 문장. 그린란드를 상징하는 북극곰 그림을 키워 이곳에 대한 수호 의지를 강조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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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정부는 노골적 주권 무시 행위에 반발하고 있다.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는 이날 “그린란드는 판매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프레데릭 10세 국왕도 500년 만에 바꾼 왕실 문장(紋章)을 공개하며 그린란드 수호 의지를 다졌다. 새 문장은 그린란드를 상징하는 북극곰 그림을 전보다 확대해 이곳을 중시한다는 뜻을 표현했다.



덴마크 영토이지만 외교·군사 문제를 빼고는 자치권을 누리는 그린란드는 한반도 면적의 약 9.7배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다. 하지만 인구는 5만6천명에 불과하고, 거주자 대부분은 유럽계가 아니라 에스키모로도 불리는 이누이트족 원주민이다. 이들 사이에서는 덴마크로부터의 독립을 추구하는 움직임도 상당하다. 하지만 현지 정치인들은 미국에 합병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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