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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KDI “정국불안 따른 가계·기업 심리 위축, 박근혜 때보다 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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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한파특보가 발효된 지난 3일 오전 서울 원도심 전경.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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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국 불안에 따른 가계·기업의 경제심리 위축이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보다 심각하다고 국책연구기관이 경고했다.

8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1월 경제동향을 발표하며 “최근 우리 경제는 생산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경기 개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KDI가 경기 하방 위험을 지목한 건 2023년 1월(“향후 경기 하방 압력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후 2년 만이다.

KDI는 최근 경제심리가 위축되는 주요 이유로 국내 정치 상황을 지목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해제한 이후 탄핵 정국이 펼쳐진 점을 얘기한 것이다. KDI가 경제동향을 발표하며 정치 변수를 언급하는 건 이례적이다. 그만큼 현 상황을 심각하게 본다는 뜻이다.

과거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보다 최근의 가계·기업의 심리 위축 정도가 더 심각하다고 KDI는 설명했다. 소비자심리지수를 비교해 보면, 2016년 10월(102.7)부터 2017년 1월(93.3)까지 3개월 동안 9.4포인트 하락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지난해 11월(100.7)부터 12월(88.4)까지 1개월 만에 12.3포인트나 떨어졌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장기 평균보다 낙관적이고,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박 전 대통령 때와 비교해 최근 경기가 나쁜 탓에 가계와 기업이 정치 변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앙일보

신재민 기자



다만 금융시장은 최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KDI는 평가했다. 탄핵 사태 이전과 이후를 비교했을 때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는 2016~2017년 7%가량 하락했는데,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는 5% 정도 내려가는 데 그쳐서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가·환율 등 금융지표는 계엄 사태 이전에도 이미 너무 안 좋았기 때문에 변동 폭이 크지 않았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계엄 사태 이후 경제심리 관련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한 데 대해 그는 “가계부채 등 실물경기 문제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KDI는 내수 경기 전반과 관련해 “건설업을 중심으로 미약한 흐름”이라고 했다. 건설업 생산은 지난달까지 전월 대비 7개월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 건설업이 다른 산업 생산의 기반을 마련해주는 역할도 한다는 점에선 심각성을 더한다. 이와 관련해 산업연구원은 지난 2일 보고서를 통해 “침체 국면에 빠진 한국 경제가 하루빨리 회복되려면 연관 산업으로 파급 효과가 큰 건설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건설업에 5조원을 투자하면 제조업 등 연관 산업 전체에 5조580억원 규모의 생산을 유발하고 전 산업에서 5만4000명가량의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가 기대된다면서다.

그나마 희망적인 건 건설업 생산의 선행지표인 건설수주가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KDI는 “반도체 생산과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며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KDI는 주택 시장과 관련해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수요 둔화로 매매가격 상승 폭이 축소했다”고 진단했다. 주택 공급의 선행지표인 주택 착공과 주택 인·허가가 감소세인 점을 두고선 “수도권을 중심으로 향후 주택 공급이 부족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이 밖에 세계 경제에 대해 KDI는 “완만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 지정학적 위험 등이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세종=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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