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동 한국주거복지포럼 상임대표 |
새해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탄핵 정국으로 경제가 파탄으로 치닫는 가운데 국민 주거 생활과 밀접한 주택시장 흐름이 관심사다. 특히 주택시장 침체 시 내수는 물론 서민경제, 타 산업과의 전후방 효과에 절대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귀추가 주목된다. 당장 금융권 부실화 우려 등 침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과거 경기침체 시마다 부동산 활성화를 경기부양의 우선 정책으로 내세운 것도 같은 이유다.
우선 외부 환경적 측면을 보면 현재의 탄핵 정치 국면은 지난 1979년 12·12 사태와 1987년 6·29, 1997년 말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당시는 사태수습이 비교적 조기에 이뤄진 데다 정책에 대한 이념 대결이 크지 않아 경제적 쇼크가 단기에 그쳤던 것으로 기억된다. 12·12사태의 경우 전두환 정부가 들어서면서 조기 회복되었으며 1997년 외환위기는 수출드라이브와 외교적 성과를 통해 6개월 만에 본격 회복국면을 맞은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정권 다툼으로 번진 만큼 혼란 정국이 상당히 장기화할 공산이 없지 않다. 사법부의 판단이 조기에 이뤄져 수습국면에 접어든다 해도 정파로 갈리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 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고 물리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경제정책이 뒷전에 밀리고 경제는 퇴보를 거듭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념에 따라 엇갈리는 주택 정책 역시 집권당과 정부 성향에 따라 뒤집히는 등 불확실성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주택시장이 장기 침체국면에 빠지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구나 탄핵정국 이전에 주택시장의 에너지는 이미 하락하는 분위기로 전환, 침체 전조현상이 전개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중반까지 오르던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전반적으로 내림세로 급전환된 데 이어 거래물량도 절반 수준으로 크게 떨어진 게 대표적 증표이다.
원자재 가격 앙등에 따른 건축비 급등 등으로 생긴 공급 부족이 가격을 밀어 올릴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으나 금융규제 및 금리 상황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수요가 위축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여기에 탄핵정국이 가세하면서 시장은 된서리를 맞은 것으로 이해된다. 내로라하는 부동산 전문가들이 올 집값 변동률을 서울의 경우 1% 내외, 지방은 3%대 정도를 예측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울러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 역시 침체의 늪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해 100만명에 이르는 자영업자가 문을 닫으면서 상가는 이미 극심한 불황에 접어든 상태다.
상가 빌딩마다 임대 딱지가 너덜거리는 모습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자영업 불황은 임대료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재차 상가 대출자금 상환에 제동이 걸리는 연쇄반응이 일어 금융권마저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택배 산업의 발전은 오프라인 매장의 위축을 낳았고 여기에 경기침체까지 덮치면서 최악의 상황이 빚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산업용 부동산의 대표 격인 지식산업 센터 및 물류창고 등 유통시설도 경기침체 여파로 고전 중이다. 지식산업 센터의 경우 최근 2~3년 분양시장을 주도해 왔으나 미분양이 극심해서, 도산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물류창고 역시 허가만 나면 리츠 등에서 사가던 시절이 옛날이 되어 버렸다. 화주(貨主)를 구하기가 힘들고 임대료 덤핑이 극심한 상황이어서 곳곳에서 손 바뀜은 물론 사업추진이 불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만 부동산 시장 침체에 뒤이어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바로 전·월세 임대시장 불안이 올 하반기부터 닥칠 가능성이 크다. 매매시장 침체와 관망에 따른 전세 불안이 본격화한다는 얘기다. 2~3년 공급 위축 여파로 최근 준공 및 입주 물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데다 집값 약세로 임대로 눌러앉는 수요는 되레 늘어나기 때문이다. 서울 수도권의 전셋값은 3~5% 상승, 지방은 안정화를 보일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올 부동산 시장은 국내외 정치 경제 여건을 비롯해 수급 구조 변화 등에 따라 주기(cycle)가 반복될 것이나 장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과거 일본의 사례처럼 과잉 공급이나 인구 및 가구 감소에 따른 폭락장세(잃어버린 30년)는 속단하기 어렵다.
정부정책과 외부요인들의 결합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형태의 주기를 보일 것이나 지금까지 보여 온 대량 공급 시대의 패턴과는 상당히 다를 것이다.
예컨대 사이클의 진폭이 크지 않을 것이며 주기성이 길어지고 지역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일 전망이다. 주택 수요자나 공급자 모두 이점에 유념, 방향성을 찾는 게 중요하리라 본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장용동 한국주거복지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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