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7일 대국민담화에서 “명태균씨한테 무슨 여론조사를 해달라는 얘기를 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입수한 검찰 수사보고서에 포함된 윤석열-명태균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보면, 윤 대통령은 명 씨의 여론조사 보고서를 수시로 받아봤을 뿐만 아니라, 명 씨가 불법적으로 입수한 국민의힘 책임당원 명부를 표본으로 삼아 여론조사를 진행한 사실도 이미 알고 있었다.
이에 더해 윤 대통령과 명 씨가 일종의 '지지율 공작'을 펼친 정황도 이들의 텔레그램 대화 속에 나온다. 윤 대통령은 대선 경선 후보 시절 “전두환 대통령이 그래도 정치는 잘했다”고 말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그런데 이게 단순한 말 실수가 아닌 사전에 기획된 발언이었을 가능성이 포착된 것이다.
전두환 옹호 발언 사과한 날, 명태균이 윤석열에게 보고한 비공표 여론조사
2021년 10월 19일, 윤석열 후보는 부산 지역 유세에 나섰다. 이날 국민의힘 부산 해운대갑 당원협의회에 방문한 윤석열은 “우리가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그런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는 잘 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라며 전두환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이후 비판 이 쏟아지며 대선 후보 자질 논란으로까지 번지자 “비판은 수용하는 게 맞다”며 마지못해 유감을 표명했다. 자신의 발언 이틀 만이었다.
그런데 윤석열의 사과 당일 오후 7시 53분, 명태균 씨는 윤석열 후보에게 자신이 실질 소유한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 보고서 파일을 전송하면서 “10월 21일 오늘 조사한 국민의힘 당내경선 책임당원 여론조사 결과입니다. 비공표 여론조사라 보안유지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에 윤석열은 “그래요”라고 답했다.
명 씨가 전송한 파일은 2021년 10월 21일자 미래한국연구소의 비공표 여론조사 보고서다. 조사 대상은 전국 국민의힘 당원 5,044명이고, 응답률은 14.39%였다. 통상적인 응답률은 5% 내외다. 이 조사는 국민의힘 당원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응답률이 3배 가까이 나온 것이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는 윤석열이 57.5%로 압도적인 1등이었다. 이재명 후보와의 일대일 가상 대결에서는 윤석열 72.4%, 이재명 12.1%로 나왔다. 지지율이 무려 6배나 차이 났다. 이 역시 국민의힘 당원만을 상대로 조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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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중앙당은 책임당원 리스트를 각 캠프에 문자 발송 등 '선거운동' 홍보를 위해 사용하라고 제공했다. 이를 토대로 여론조사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명 씨는 국민의힘 책임당원 57만 명의 안심번호 리스트를 입수해 실무자인 강혜경 씨에게 넘겼다.
○강혜경 : 여보세요.텔레그램에서 명 씨는 윤석열에게 “이재명을 선택한 11%는 이중 당적자로 추정된다”며 “최소 6만 명 정도”라고 보고했다. 이에 윤석열은 “이놈들이 홍(홍준표)으로 가는 거 아냐?”라고 되물었다. 조사 표본이 국민의힘 당원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이 대화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뽑는 마지막 경선 여론조사를 하기 10일 전 쯤이었다.
●명태균 : 예 돌리고 있어요?
○강혜경 : 아니요. 지금 이제 데이터 정리 다 했습니다.
●명태균 : 그래요 돌려갖고.
○강혜경 : 네.
●명태균 : 쭉 돌려보지 뭐.
○강혜경 : 알겠습니다.
●명태균 : 한 4, 5천개 한 번 돌려 볼게.
○강혜경 : 4, 5천 개요?
●명태균 : 여보세요? (네) 한 4, 5천 개 돌려봐요.
○강혜경 : 알겠습니다.
- 2021년 10월 21일 명태균-강혜경 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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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 단독 행위 아닐 가능성 포착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7일 대국민담화에서 “명태균 씨한테 무슨 여론조사를 해달라는 얘기를 한 적은 없다”면서 “명 씨나 또는 우리 당의 정치인들이 여론조사 발표된 거라든지 또는 이건 내일 발표될 예정인데 그냥 알고만 계시라 이런 얘기들을 선거 때 수도 없이 받았다”고 해명했다.
여기서 언급된 여론조사는 언론 공표용 조사다. 이들의 텔레그램에는 윤 대통령이 언론 보도 전에 명 씨로부터 공표용 여론조사 보고서를 수시로 받는 장면이 나온다. 이에 더해 비공표 여론조사 보고서도 두 차례 전달됐고, 보고서를 받아 본 윤 대통령이 명 씨에게 질문까지 던진 사실이 확인된다.
윤석열의 전두환 찬양 발언과 명태균의 책임당원 비공표 여론조사 등은 명 씨의 단독 행동이 아닌, 사전에 기획해서 내용을 공유한 상호 인지 행위였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의 범죄 혐의점이 구체적으로 담긴 텔레그램 대화를 다수 확보하고도, 지금까지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
뉴스타파 박종화 bell@newstapa.org
뉴스타파 봉지욱 b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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