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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미국서 팔려면 미국서 만들라' 엄포에..."대기업 현지 공장은 곧 생존 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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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제철소 건설 검토하는 현대차
트럼프 '철강보호무역' 대응 고심
"현지 생산 기업들 늘어날 가능성"
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7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러라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팜비치=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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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철강 계열사인 현대제철미국에 제철소 건설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규모 투자 결정의 배경 등을 둘러싸고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사안은 현대차그룹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최대 해외 시장인 미국 내 사업 안정을 위해 승부수를 띄웠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최근 다른 대기업들도 잇따라 생산 기지를 현지에 짓는 데 공을 들여온 상황에서 국내 간판 기업들의 글로벌 공급망 강화 전략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현지 제철소로 '시너지'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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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앨라배마주에 있는 현대차 생산 공장 전경. 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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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미국 남부 지역에 자동차 강판 제품 등을 생산하는 제철소 건설을 검토 중이다. 이르면 2026년 공사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비용은 수조 원대로 추산된다. 현재 현대차 공장이 있는 조지아주 등 몇몇 주 정부 측과 접촉해 투자 여건 등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철소 건립이 확정되면 현대제철이 해외에 짓는 첫 생산 기지가 된다. 현대제철은 이날 공시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란 입장을 냈다.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현대차그룹으로선 현대제철이 미국에 공장을 마련하면 사업적 이점이 적지 않다. 차량 생산에 없어서는 안 될 자동차 강판을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다는 건 곧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현대제철만 놓고 봐도 미국 내 다른 완성차 업체로 강판 판매 경로를 넓힐 수 있는 만큼 시너지를 기대할 여지가 크다.

미 철강 보호무역 압박 심화도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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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이 생산하는 냉연강판. 자동차 외판과 내장재 등에 쓰인다. 현대제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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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과감한 대미 투자를 통해 트럼프 2기가 앞세울 보호무역 강화에 대비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세계 최대 철강 시장인 미국에서 철강 산업은 통상 압박의 주요 대상이었다. 트럼프 1기 때도 다르지 않았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 제품이 미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높은 비율의 추가 관세를 매길 수 있게 하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철강에 25% 관세를 매겼다. 한국은 관세 폭탄을 피했지만 수입 제한(쿼터제) 적용을 받아 연간 268만 톤만 미국에 수출할 수 있다.

트럼프는 이번에도 '미국에서 물건을 팔고 싶으면 미국에 공장을 지으라'는 식이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탄소중립산업전환연구실장은 "철강 보호무역주의가 워낙 강하고 오랫동안 이어져 온 탓에 기업들 사이에선 미국 현지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졌다"며 "자동차나 2차전지 등 관련 산업이 해외 생산량을 늘려온 것도 현지 생산 필요성을 키운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현지에서 전략 짜는 대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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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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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말고도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일찌감치 미국 내 생산 기지를 늘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오스틴과 테일러에 반도체 생산 기지를 확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고대역폭메모리(HBM) 후공정(패키징) 생산 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다. LG화학은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올해 완공을 목표로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 법인 얼티엄셀즈가 미시간주 랜싱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의 지분을 인수했는데 미국 내 배터리 생산량을 늘리는 데 쓸 가능성이 점쳐진다.

'온쇼어링'으로 불리는 미국의 공장 유치 정책은 트럼프 1기는 물론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과학법(CHIPs Act)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으로 공장을 짓는 기업들에 보조금을 줬다. 한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1기 때의 교훈으로 수출이 중요한 글로벌 기업들이 어느 정도 대비를 했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도 "새 행정부 정책에 따라 추가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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