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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이슈 검찰과 법무부

"수사기관 협력체계 법·제도화…검찰이 컨트롤타워 역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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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김기동 로백스 대표변호사·전 부산지검장

방위사업 비리 합수단장이 본 '협력수사의 힘'

"7개 기관 120명, 통일된 수사·처리 이뤄내"

"美도 수사·기소 협력 기본…檢자문·지도 당연"

"검찰은 '장군의 칼'처럼 필요할 때만 수사"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전 부산지검장] 12·3 비상계엄 사건과 같은 국가적 중대 사건이 발생하면 범정부적 합동수사체계가 즉시 가동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든 수사기관이 협력해야만 최단 시간 내 사건의 전모를 규명하고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동시에 우리 사회가 빠르게 안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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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사진=김태형 기자)


그동안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범죄 현상이나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사건에 대해서는 범정부적 수사기관의 협력 수사 또는 합동수사를 통해 대응해왔다. 이러한 전통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범죄 억제에 성공하며 치안이 확립된 국가로 평가받아 왔다. 마약 퇴치와 조직폭력 확산 억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병무 비리, 공적 자금 비리, 저축은행 비리, 방산 비리, 세월호 사건 등 국가적 중요 사건에서는 합동수사단이 가동됐다.

필자는 2014~2015년 모든 수사기관이 참여한 ‘방위사업 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의 단장을 맡았다. 당시 합수단은 검찰, 국방부, 경찰,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 7개 기관 소속의 120여 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수사팀이었다. 관계 부처 장관들의 협조로 수사단이 출범했지만 다양한 수사기관의 인력이 원팀으로 사건을 수사하고 통일된 처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검사로 재직 중 뉴욕 남부 연방검찰청을 방문한 적이 있다. 뉴욕 맨해튼 등을 관할하며 미국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되고 중요한 검찰청으로 테라·루나 사건의 권도형이 수사를 받는 바로 그 검찰청이다. 당시 부검사장 준 김(Joon Kim)은 한국의 수사권 조정과 관련된 질의에 대해 “미국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고 수사관과 검사가 협력적으로 수사를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FBI나 경찰이 주도하는 수사도 대체로 검찰의 자문과 지도를 받으며 협력한다”며 “더 나은 사건 결과를 위해 수사관과 검사가 사건 해결 과정에서 상의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처음부터 수사와 재판에서 수사기관과 검사가 협력하도록 제도가 설계돼 있다. 중범죄에 대한 수사는 플리바겐(plea bargain, 협상)과 기소대배심(grand jury,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증인이나 물적 증거 등에 대한 비공개 증거조사 절차)이라는 두 축으로 진행되며 이 모든 절차는 검사가 개시함으로써 시작된다.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하려는 경우 검찰청 소속 수사관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통상적으로 FBI나 경찰에 요청해 이루어진다. 반면 중요 사건의 재판에서는 수사관도 참관해 검사의 입증 활동을 지원한다. 검사는 형사재판에서 국가의 형벌 의지를 관철하는 역할을 맡는다. 국가마다 제도의 차이는 있지만 검사가 이 과정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선진국에서는 검사가 사법경찰과의 관계를 명령보다는 지도나 협력으로 인식하며 이는 단순히 권한을 나누는 수준을 넘어 기관 간 협조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실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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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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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비상계엄 사건 수사를 둘러싼 혼선으로 수사기관 간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우선 국민이 피해를 호소하며 제기한 고소·고발 사건이 신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검·경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사건 처리 기간 등의 실태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경 간에 ‘핑퐁’식 사건 처리로 인해 사건이 장기 방치되지 않도록 검사가 책임지고 조기에 결론을 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검찰은 1차 수사를 최대한 억제하며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 검찰의 수사는 ‘장군의 칼’처럼 필요할 때에만 사용돼야 한다. 검찰의 수사는 ‘장군의 칼’이어야 한다. 장군은 칼집에서 칼을 자주 꺼내지 않으며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권위를 가진다. 다른 수사기관이 검찰을 경쟁 상대가 아닌 도움을 받을 기관으로 인식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나아가 형사소송절차의 목적에 비춰 수사기관 간 협력을 이끄는 역할은 검사가 맡아야 한다. ‘수사지휘’나 ‘사법통제’ 같은 권위적 용어는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검사가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 개정 등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각 기관이 고유한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범죄에 대한 국가적 대응’이라는 목표 아래 협력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가 조속히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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