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누군가 자고 있던 나에게 전화 걸어 성명서 읽어"
대통령실관계자에 고함지르며 "대통령이 어떻게 이런 일을"
"계엄해제·尹탄핵안, 민주주의와 헌법이 작동한다는 의미"
"초당적 동맹, 정권 바뀌면 나라 무너질 거라 인식 불필요"
정동영 "골드버그 통화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임기를 끝내고 귀임하는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귀빈실에서 미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한국 취재진과 약식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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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달 3일 밤 외교부가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에게 공식적으로 취한 첫 조치는 전화로 '계엄 관련 성명서'를 통보하듯 낭독한 일로 파악됐다.
최근 임기를 마친 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 미국대사는 9일 보도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달 3일 한국 측에서 아무도 전화를 안 받는 상황에서 "외교부의 누군가가 자고 있던 나에게 전화를 걸어 계엄관련 성명서(statement)를 읽어줬다"며, 이에 "나는 이의를 제기했고, 반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한국 측과의 접촉에 어려움을 겪던 골드버그 전 대사는 외교부의 전화 통보에 이어 가까스로 "대통령실의 누군가와 통화했는데 그는 계엄과 관련해 아는 게 없어 보였다"며, 그에게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언론을 통제하는 내용의, 내가 들은 계엄 포고령 내용에 반대"하고 "심대한 우려(grave concern)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통령이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지에 대한 추가 설명을 이 관계자에 요구"하면서 "계엄이 한국의 명성을 크게 훼손할 것"임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통화 과정에서 골드버그 전 대사는 '고함'을 지른 사실도 부인하지 않으며 "조금 그랬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계엄 초기 본국에 보고한 내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한 논의들이 있었다"며 "초기 몇 시간 동안 우리가 아는 모든 이들이 경계 상태를 갖출 수 있도록 대사관 내 조직을 정비했고,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나도 그날은 밤을 새웠다"고 덧붙였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슬픈 사건이고 슬픈 시기이지만, 국회의원들이 매우 신속하고 초당적인 (계엄 해제) 조치를 취했고 윤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켰다"며 "한국의 민주주의와 헌법이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한국의 대선 결과가 한미관계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한미동맹은 한국 민주당을 포함해 양국의 엄청난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고, 몇 주 전 민주당 대표를 만났을 때 그(이재명 대표)는 한미일 3자 협력 및 일본과의 양자 협력 관계를 지지한다고 했다"면서 "정권이 바뀌면 나라가 무너질 것이라는 식의 인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최근 골드버그 대사와 통화가 된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동영 의원은 비상계엄 해제 직후 골드버그 대사가 김태효 차장으로부터 '계엄선포가 불가피했다'는 설명을 듣고 '경악했다'는 사실을 소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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