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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이슈 불붙는 OTT 시장

경계를 넘어 손잡고 묶고···2025년 방송·OTT 업계의 생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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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무빙>이 지난해 12월부터 MBC에서 방영 중이다. 주목도가 높은 주말 밤 시간대 고정 편성돼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MBC·디즈니플러스 제공


장면 하나. 가족이 옹기종기 TV 앞으로 모이는 지난 연말의 어느 주말, MBC에서는 드라마 <무빙>(2023)이 방송됐다. 강풀의 동명 웹툰 원작인 20부작으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 최고 히트작이다. 지상파 방송사가 흔히 경쟁 관계로 알려진 OTT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그것도 주목도 높은 주말 밤 시간대에 고정 편성한 것이다.

장면 둘. 지난달 10일 토종 OTT 티빙에 ‘애플티비플러스(애플티비) 브랜드관’이 열렸다. 티빙 앱 안에서 <파친코>, <세브란스: 단절> 등 애플티비의 인기 오리지널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조건은 티빙의 프리미엄 요금제 가입이다.

방송·OTT 업계의 생존 전략이 달라지고 있다. 각자도생은 옛말, ‘적과의 동침’에도 적극적이다. 국내 OTT 산업이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가운데 이러한 전략이 업계 지각변동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2025년 현재 방송·OTT 서비스의 전략은 ‘경계를 넘는 합종연횡’으로 요약된다. 지상파가 OTT에 콘텐츠를 제공하던 기존 방식을 뛰어넘는 손 잡기가 활발하다. 먼저 <무빙>의 사례가 그렇다. MBC는 그동안 <피지컬: 100>, <수사반장 1958> 등 자체 콘텐츠를 각각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에 제공해왔지만 반대의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협업의 목적은 분명하다. MBC는 검증된 품질의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고, 디즈니플러스는 공개 2년이 넘어 신규 가입자 유입이 적은 인기작을 TV 시청자층에 보이면서 구독을 유도할 수 있다. 업계가 성숙기에 접어들어 신규 확장이 쉽지 않은 만큼 기존 IP의 생명력 연장이 하나의 방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지상파 TV 시청자와 디즈니플러스 구독자 간 교집합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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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티비플러스와 티빙의 협업에 따라 <파친코>, <테드 래소> 등 애플티비의 인기 오리지널 콘텐츠가 지난달부터 티빙에서 제공되기 시작했다. 애플티비플러스·티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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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적으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던 티빙과 애플티비의 협업 역시 이전에는 없던 형태다. 티빙은 2022년 파라마운트+ 브랜드관을 론칭하고 2년간 오리지널 콘텐츠를 독점 제공해왔다. 국내 콘텐츠 중심인 티빙이 파라마운트+의 색다른 콘텐츠를 제공하는 대신 파라마운트+는 티빙 플랫폼을 빌려 국내에 안착하는 전략이었다. 파라마운트+와 달리 애플티비는 이미 2021년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티빙이 애플티비 고품질 콘텐츠로 프리미엄 멤버십을 차별화 한다면, 애플티비는 토종 OTT 1위와 제휴로 영토를 넓히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해외 시장에서 먼저 활발하게 이뤄져왔다. 미국에선 1~2년 전부터 ‘번들(묶음) 상품’이 등장했다. 지난해 7월 출시된 디즈니플러스·훌루·맥스의 묶음 상품이 대표적이다. 별도 결제시 가격에서 35% 할인된 16.99달러로 서비스 3개를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다. 스트리밍 업계를 뛰어넘는 협업도 이뤄지고 있다. 파라마운트+는 미국 최대 유통 체인인 월마트+와의 번들 상품을 내놨다. 넷플릭스가 꾸준한 구독자 증가율을 보이며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힘을 합쳐 시너지를 낸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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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계를 넘는 손잡기는 넷플릭스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11월 넷플릭스와 네이버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이 추가 비용 없이 5500원짜리 넷플릭스 광고요금제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지난달에는 SBS와 콘텐츠 공급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내년 1월부터 6년간 SBS의 신작 드라마·예능·교양 등을 넷플릭스에 공급하는 것으로, 또다른 토종 OTT 웨이브와 지상파 3사간 콘텐츠 독점 계약이 만료된 데 따른 변화다. 넷플릭스가 지상파 방송과 협업을 확대할 경우 나머지 서비스의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웨이브와 티빙이 합병을 통한 ‘체급 키우기’에 나서는 중이어서 넷플릭스의 협업 시도는 더욱 눈길을 끈다.

업계에서는 이런 합종연횡이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한 OTT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해외 플랫폼과 국내 플랫폼, 지상파 방송 등의 경계가 명확했지만 이제는 그 구분이 허물어지고 있고 이는 더 가속화할 것 같다”며 “독점보다 다양한 형식의 파트너십이 유효한 생존 전략으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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