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31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 모습. 고 이란 혁명수비대(IRGC) 중장이자 쿠드스군 사령관인 카셈 솔레이마니의 5주기를 앞두고 큰 광고판이 걸려있다. ‘적이 집에 도달하지 못하게 했다\'고 적혀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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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에 있는 이란의 최고위급 장군이 “이란은 큰 패배를 겪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란은 공식적으로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정권의 붕괴에 대해 패배라는 용어를 사용한 적이 없었으나 군 내부적으로는 패배감을 느끼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제네바 소재 매체인 ‘압디 미디어’를 인용해 베흐루즈 에스바티 이란의 준장이 테헤란의 모스크에서 한 연설에서 “시리아를 잃은 것을 자랑스러운 일로 여기지 않는다”라며 “우리는 패배했고, 매우 큰 타격을 입었고 매우 힘들었다”고 말했다고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그는 이란이 아사드 전 시리아 대통령에게 시리아에 있는 이란의 군사 자원을 사용해 이스라엘을 공격할 방법 등 포괄적 군사계획을 제시했다고도 말했다. 또 이스라엘이 시리아에서 이란의 군수시설 등을 공격할 때 러시아가 레이터를 꺼서 이란에 대한 공격이 용이했다고도 말하며 러시아를 비판했다. 이 장군은 또 이란이 시리아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 시리아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군사력을 모을 방법을 찾을 것이라면서 “수년 동안 함께 한 네트워크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스바티 준장은 이란 군대에서 최고 사령관 지위에 있고 군대와 혁명 수비대를 관장한다. 사이버 사단의 사령관을 역임한 이력도 있다. 시리아 정부와 러시아군과 협력해 시리아에서의 이란 군사 작전을 긴밀하게 협력했다. 메흐디 라흐마티 이란의 한 분석가는 뉴욕타임스에 “공개적인 장소에서 왜 이런 말을 했는지 궁금하다. 그는 이란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지금 어떤 상황인지 매우 명확하게 설명했다. (이런 발언은) 국내 정치에 대한 경고용”이라고 설명했다. 이란 내부를 향한 발언이라는 의미다.
이란이 향후 시리아 건국 과정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지난해 말 아사드 전 대통령이 축출된 뒤 시리아의 청년들을 향해 과도정부에 저항하라는 연설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친서방 정책을 강조해 온 온건파 마수드 베제시키안 대통령과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은 시리아 정권 교체에 대해 강경한 발언은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란 입장에서 시리아는 매우 중요한 전략적 위치에 있다. 시리아는 이란이 지중해나 이스라엘과 싸우는 레바논, 가자지구로 향하는 길목에 있다. 이 때문에 시리아 아사드 정권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등과 함께 이란을 중심으로 하는 반이스라엘·반미 세력인 ‘시아파 벨트’를 유지하기 위한 통로 역할을 해왔다. 이스라엘이 시리아에 있는 이란의 시설과 물자 등을 공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이란의 한 혁명수비대 관계자는 시리아에서 혼란이 이어질 때 인근 강대국인 이란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사실을 이란 내부에서도 잘 알고 있다며 이란은 이를 전략적으로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회의에 참여한 적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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