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에이치디(HD)현대미포 울산조선소에서 숨진 협력업체 소속 잠수부 김아무개(22)씨의 빈소 앞에 에이치디현대미포 대표이사의 근조 화환이 뒤돌아 놓여 있다. 주성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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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에이치디(HD)현대미포 울산조선소 앞바다에 홀로 들어간 청년 잠수부가 주검으로 돌아왔다. 잠수업체 대표는 잠적했는데, 현대미포마저 사고 책임과 수습을 협력사에 미루는 사이 유족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버렸다.
8일 늦은 오후 찾은 울산대학교병원 장례식장. 김아무개(22)씨의 빈소는 울음도 사라져 적막했다. 수중 전문 공사업체 대한마린산업 소속 잠수부인 김씨는 지난달 30일 오전 11시28분께 현대미포 조선소 1안벽 인근에서 선박 검사를 위해 홀로 물속에 들어갔다가 4시간30여분 만인 오후 4시3분께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해 9월 대한마린산업에 입사한 지 3개월여 만이다.
유족들은 사고 소식을 듣고 부산과 서울에서 달려왔다. 지난 2일 진행된 김씨의 부검을 마칠 때까지도 회사 관계자들은 단 한명도 유족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유족들은 이날 울산대병원 장례식장에 빈소를 꾸렸다.
사고 발생 사흘 만에 장례식장에 나타난 현대미포 쪽은 “대한마린산업이 잘 수습할 거라 생각했는데 대표가 잠적할 줄 몰랐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사고의 일차적 책임은 대한마린산업에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고 당일 오전 10시14분께 동료 잠수부와 함께 수중 작업을 하고 오전 11시20분께 뭍으로 올라왔던 김씨는 10분도 채 쉬지 못하고 혼자 산소통을 매고 다시 바다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 스쿠버 잠수(산소통 등을 휴대한 잠수 방식)의 기본 안전수칙인 ‘2인 1조’는 지켜지지 않았다.
대한마린산업 대표 하아무개(48)씨는 사고 이후 수사기관의 연락도 피하다가 지난 5일 해양경찰에 출석해 뒤늦게 조사를 받았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수사 중인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하씨가) 전화를 받지 않아 조사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울산소방본부가 수중수색 장비를 동원해 동구 에이치디(HD)현대미포 조선소 1안벽 인근 바다에서 실종된 잠수부를 찾고 있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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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마린산업이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위해 상시근로자 수를 줄이려 한 정황도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다. 대한마린산업은 사고 관련 서류에 ‘상시근로자 3명’이라고 써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마린산업 쪽 관계자라며 뒤늦게 유족들을 찾아온 두 사람은 ‘본부장이었지만 사직서를 냈다’거나 ‘회사 직원’이라고 했다가 ‘대표 지인’이라며 말을 바꿨다. 노동부는 “정확한 상시근로자 수를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대한마린산업이 공식 누리집에 등록한 공사 실적을 보면, 이 업체는 2018년부터 꾸준히 현대미포와 협력업체 계약을 맺고 여러 수중 작업을 맡았다. 이번에도 현대미포 선박 2척의 수중 검사를 하기로 했다가 첫 선박에서 사고가 났다. 현대미포는 과거 자체 잠수 인력을 뒀으나, 현재는 모든 수중 작업을 ‘외주화’하고 있다.
김씨의 유족은 책임 있는 사쪽의 사고 경위 설명과 사과를 원하고 있다. 김씨 누나는 “다시는 제 동생과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해경과 노동부는 지난 8일 사고 당시 상황을 되짚으며 현장감식을 했고, 사고 원인과 책임을 따지는 조사를 진행 중이다.
현대미포 쪽은 “유가족께 다시 한번 깊은 위로를 전하고, 원만히 협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마린산업 쪽은 한겨레의 전화 취재에 응답하지 않았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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