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오른쪽)이 9일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의 도중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야당의 항의가 이어지자 연단으로 나온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의 적법성 여부를 두고 사법부와 사정기관이 국회에서 일제히 정당하게 발부된 영장으로서 “적법하다”는 입장을 9일 밝혔다. 여야는 탄핵 소추 사유에서의 내란죄 제외, 고위공직자수사처의 내란죄 수사 권한,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저지 등 쟁점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내란 혐의 및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과 관련한 긴급현안질문에서 법원행정처와 법무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잇따라 이 같이 밝혔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여러 논란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적법하게 발부된 영장에 대해서는 존중하는 것이 법치주의 사회에서 모든 국가들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천 행정처장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원의 거듭된 판단에도 영장이 위법적이라면서 집행을 거부하는 것이 법치주의에서 있을 수 있느냐”라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윤 대통령이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에 응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도 ‘법원이 거듭해서 발부한 (체포)영장은 적법한가’라는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공수처법에 의하면 공수처 관할 법원은 서울중앙지법”이라며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에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을 문제삼자 “공수처장 재량”이라고 반박했다. 오 공수처장은 그러면서 “관할에 문제가 있었다면 적법하게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계엄포고령와 부정선거 문제 등을 따져 물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김정원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에게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포고령 1호는 우리 헌법에 부합하느냐”등 계엄포고령의 위헌 소지를 물었다. 김 사무처장은 “현행 헌법에 부합한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 사무처장은 권칠승 민주당 의원이 포고령 1호를 두고 “명백한 위헌 아니냐”고 묻자 “상당히 이상한 문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부정선거 문제도 거론됐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을 상대로 선관위 해킹에 의한 부정선거 가능성을 물었다. 이에 김 사무총장은 “불가능하다”며 “완벽하게 부정선거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실물투표지에 대한 조작도 전산조작에 의한 수치와 동일하게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권 의원은 윤 대통령의 부정선거 의혹이 극우 유튜버들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음모론자들에게 일국의 대통령이 가스라이팅을 당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어지지도 않고 어처구니 없는 슬픈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여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과 수사가 적법하지 않다는 취지의 질문을 집중적으로 이어갔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재판부의 권유로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제외한 것이 아니냐며 “사기 탄핵이다. 탄핵소추 심리를 졸속으로 하려고 재판부와 짬짬이한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일체 의혹 없이 명확하고 공정하게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나 의원 질의 중 야당 의원들이 과거 빠루(쇠지렛대) 사건을 언급하며 항의하자 나 의원은 “빠루는 민주당이 가져온 겁니다”라면서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항의가 이어지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연단으로 나와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제지하라며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한을 문제삼았다. 이 의원은 오 공수처장에게 “우리 법에 내란죄 수사 주체는 경찰 아니냐”며 공수처가 아닌 경찰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79명의 장례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이날 몇몇 의원은 모두발언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메시지를 내긴 했지만, 여객기 참사 문제를 질문하는 의원은 이건태 민주당 의원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여당 의원들은 여당 의원 질의 순서가 끝나자 남은 민주당 의원 2명의 질문을 듣지 않고 퇴장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앉아서 질문을 들으라”며 항의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계엄, 시작과 끝은? 윤석열 ‘내란 사건’ 일지 완벽 정리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