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일자리 활성화에 큰 기여할 것
현대차그룹이 그룹 혁신 허브인 한국을 중심으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역대 최대 규모 국내 투자를 단행한다. 현대차그룹은 9일 올해 24조3천억원을 국내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래픽=연합뉴스 |
현대차그룹이 올해 국내에 통 큰 투자를 단행키로 했다. 지난해 투자 집행액인 20조4000억원보다 19% 늘어난 24조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연구개발(R&D)에 11조5000억원, 경상 투자에 12조원, 전략 투자에 8000억원이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투자 계획은 해외 부분을 제외한 국내에 한정된 수치만 공개한 것이다. 올해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을 밝힌 대기업은 현대차가 처음이다. 해외로 빠져나가려고 하는 기업들의 투자 행보 속에서 모처럼 반가운 발표다.
국내 투자금이 최근 해외 직접투자로 많이 흘러나간 게 사실이다. 글로벌 관세 전쟁이 확산된 탓에 투자금의 일부로 판매 현지에 생산공장을 짓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현지 시장의 고객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려면, 외국에 직접 투자하고 공장을 지어 생산하는 그린필드 전략이 효과적이기도 하다.
지난 2023년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 총규모는 634억달러(약 88조원)에 이른다.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투자 규모보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직접투자 규모는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대거 직접 투자를 하면서 미국으로서는 고소득 일자리가 많이 늘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일자리 창출과 내수시장에 한국 기업의 직접 투자가 적잖게 기여하고 있다.
물론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고 해외 생산거점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등 해외 투자로 우리나라가 얻는 이익도 적지 않다. 법인세 수익 외에도 해외 투자는 한국 내 원부자재 및 중간재 생산업체들에도 이익을 주는 낙수효과를 낳기도 한다.
그럼에도 국내 투자가 줄어드는 건 분명히 우리 경제에 악재다. 한국의 해외 직접투자가 늘면 한국에선 산업 공동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생산 설비가 증설 혹은 신설되지 않으면 산업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하고 낙후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자리 창출이 안 되면 내수 시장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연구개발도 마찬가지다. 산업공동화가 진행될수록 연구개발 역량도 뒤처져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국내 투자 계획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다른 대기업들의 경우도 어쩔 수 없는 해외 투자 외에는 국내 투자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내수 시장 체력을 강화시켜 우리 경제 회복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무작정 손해를 감수하며 국내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건 아니다. 국내 직접투자가 실익이 있고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도 당연하다.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국내로 불러들이는 유턴 정책도 강화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턴기업은 단 20곳뿐이다. 2020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미국의 유턴기업은 2021년 1800곳이 넘었고, 일본도 매년 600~700곳이 자국으로 돌아가는데 우리는 오히려 줄고 있다.
기업들에 마냥 애국심을 강조하며 국내 투자를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각종 규제와 비시장적 노동 환경을 해소하고 친기업적 정책으로 투자 욕구를 불러일으켜야 한다. 투자 환경을 조성해 주지도 않으면서 무작정 국내 투자를 늘리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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