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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부르는 게 값’ 도수치료 표준가격 생긴다… 마사지처럼 남용하면 ‘진료비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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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급여 실손보험 개혁안 공개
관리급여 신설해 건보 체계 내 관리
의료쇼핑 막기 위해 본인 부담 상향
규제 외 비급여 풍선효과 발생 우려
한국일보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주최한 비급여 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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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부르는 게 값’이라서 병원마다 진료비가 천차만별이었던 도수치료에 표준가격이 생긴다. 도수치료를 ‘마사지’ 받듯 남용하다가는 진료비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실손보험이 비(非)중증 비급여 진료에 대해 보장해 주는 금액을 확 줄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의료 쇼핑을 막아 국민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비급여 진료 쏠림을 바로잡아 필수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비급여 진료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질환이거나 효과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아 건강보험(건보)이 적용되지 않는 의료 행위를 뜻한다.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는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정책토론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비급여 실손보험 개혁안’을 공개했다. 정부는 우선 치료 목적이 분명한 비급여 진료는 최대한 급여로 전환해 건보 보장성을 높인다는 원칙을 세웠다. 의료기관들이 비급여 진료를 무작정 권하지 않도록 수가(건보공단이 병원에 제공하는 의료 행위 비용)도 현실화한다.

다만 치료 효과에 비해 과다 이용되는 비중증 비급여 진료는 건강보험으로 흡수하되 환자가 스스로 부담하는 비율을 높여 관리할 계획이다.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부추겨 건보 재정을 축내는 일부 급여·비급여 병행진료를 규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토론회에서 오간 논의를 토대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조만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관리급여 신설·병행진료 제한… 환자 부담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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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실손보험 개편안(초안)이 실현되면 달라지는 것들. 그래픽=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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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띄는 정책은 일부 비급여 진료를 건보 지불 체계로 편입해 ‘관리급여’를 만드는 것이다. 도수치료 등 현재 비급여인 특정 진료 항목이 관리급여에 포함되면 건보에서 수가를 지급한다. 공적 재정이 들어가니 정부는 진료 기준과 가격을 표준화해야 한다. 병원마다 제멋대로인 진료 가격이 통일된다는 얘기다. 예컨대 도수치료는 병원마다 최고 50만 원에서 최저 8,000원(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사)까지 제 각각이다. 환자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진료 가격이 통일되면 의사들이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를 권하며 돈벌이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게 보건당국의 생각이다.

대신 합리적 의료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환자가 내는 진료비 부담 비율(본인부담률)은 90~95% 수준으로 높인다. 예컨대 도수치료 진료비가 10만 원이고 본인부담률이 90%라면, 병원은 건보에서 1만 원을 지급받고 나머지 9만 원은 환자에게서 받는다. 손실보험에 미가입한 환자들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1만 원 줄어드는 혜택이 생기는 셈이다.

다만 지금처럼 환자 몫인 9만 원을 실손보험에서 보장받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 앞으로 새로 출시될 5세대 실손보험에서는 급여 항목에 대해 건보와 동일한 본인부담률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환자가 도수치료 본인부담금 9만 원에 대해 실손보험을 청구하더라도 환자 부담이 90%가 되기 때문에 보험사는 10%인 9,000원만 가입자에게 지급한다. 결국 환자가 총액 10만 원 중 8만1,000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실손보험 보장 횟수를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단, 치료 목적이 분명한 경우와 중증질환자 진료는 예외로 둬 기존처럼 최저 본인부담률 20%만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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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비급여 항목인 도수치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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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진료 항목이 관리급여로 편입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다만 진료비 규모가 크고 이용량이 많은 도수치료, 체외충격파치료, 영양주사, 증식치료(인대·관절 주사) 등이 우선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도수치료는 지난해 연간 진료비 추정액이 1조4,496억 원으로, 비급여 항목 중 1위였다. 의료개혁특위 관계자는 “별도 위원회를 만들어 기준을 정하고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관리급여 항목을 수시로 갱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용 성형 같은 비급여 진료를 하면서 보험금을 타기 위해 급여 진료를 끼워넣는 ‘꼼수성’ 병행진료(혼합진료) 관행도 막는다. 예컨대 비급여인 코 성형 수술을 하면서 급여 대상인 비중격 교정술을 같이 받는다고 치자. 과거에는 건보에서 이를 일부 부담했지만 개혁안대로라면 비중격 교정술 비용도 환자가 100% 부담하게 된다. 다만, 의학적 필요가 있는 병행진료는 급여를 인정할 수 있도록 별도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향후에는 치료 효과나 안전성이 떨어지는 비급여 진료는 의료현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효과성 등을 재평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사용 범위를 명확히 제시할 계획이다.

풍선효과 막으려면 전체 비급여를 관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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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비급여 진료비. 그래픽=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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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진료는 그동안 관리 사각지대에서 실손보험 가입자 증가와 맞물려 급속도로 팽창해 왔다. 비급여 진료비 규모는 2013년 연간 11조2,000억 원에서 2023년 20조2,000억 원으로 10년 사이 9조 원이나 늘었다. 병원은 돈이 되는 비급여 진료를 환자에게 권하고, 환자는 ‘어차피 실손보험이 보전해 준다’는 인식 아래 의료 쇼핑을 주저하지 않았다. 증가하는 의료비 지출은 건강보험료와 실손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엔 전체 환자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의사들이 비급여 항목이 많은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로 몰리면서 필수의료 붕괴도 초래됐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이번 개혁안이 왜곡된 의료체계를 정상화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는 “정부가 처음으로 비급여 진료 관리를 위한 제도적·행정적 틀을 짰다는 점에서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도 없진 않다. 관리급여나 병행진료 제한 대상으로 지정되지 않은 나머지 비급여 항목의 진료가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또, 새로운 비급여 진료가 양산될 수도 있다. 실제로 과거 백내장 수술 시 비급여 검사로 시행되던 ‘안초음파 및 눈의 계측검사’를 급여화하자 비급여로 남아 있던 인공수정체 가격이 오른 사례가 있다.

시민사회는 의료기관을 상대로 비급여 항목 전체를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뒤 정부가 비급여 목록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는 의료계의 반발 탓에 3월과 9월 두 차례만 비급여 항목 1,068개에 대해 월간 진료 내역을 보고받고 있다. 정부는 이 항목들이 전체 비급여 진료비의 90%를 차지한다고 설명하지만, 자칫 풍선효과가 발생할 경우 정부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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