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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트럼프 ‘영토 야욕’에… 獨·佛 “주권 침해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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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美 편입’ 발언 후폭풍

숄츠 총리 “국제법 기본 원칙 지켜라”

바로 외무 “누구라도 국경 침범 안 돼”

EU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 선 그어

美 공화·보수진영 “돈로 독트린” 지지

민주 반발… 정치권 대립으로 논란 확산

파나마 운하 CEO “美 특별대우, 위법”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무력’을 사용해 편입할 수 있다고 시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을 둘러싸고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덴마크 등 당사국 외에도 국제사회의 우려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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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7일(현지시각) 그린란드 누크에 도착해 미소를 짓는 모습.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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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그린란드와 관련한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에 대해 “국경 불가침(원칙)은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적용된다”면서 “이는 국제법의 기본 원칙이자 우리가 서구적 가치라고 부르는 것의 핵심 구성 요소”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유럽 정상들과도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도 방송에 출연해 “그린란드는 덴마크령이고 분명히 유럽 영토”라며 “유럽연합(EU)은 세계 어느 나라가 됐든 주권적 국경을 침해하는 걸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트럼프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 파나마운하와 그린란드의 통제권 확보를 위해 군사 또는 경제적 강압을 배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것을 약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린란드 주민이 독립과 미국 편입을 투표로 결정하는 경우 덴마크가 투표를 방해하면 매우 높은 관세를 덴마크에 부과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에 유럽을 이끄는 국가인 독일과 프랑스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EU는 여전히 관련 논란에 입장을 회피했다. 파울라 핀노 EU 집행위 수석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지금 극도로 가정적인 것에 대해 얘기하고 있기에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덴마크령 그린란드에도 상호방위조약인 EU 리스본조약 42조 7항이 적용되느냐는 질문에는 “적용 대상”라고 답하며 상황에 따라 집단방위에 나설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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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은 그린란드·덴마크 재무장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공개적으로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통제권 확보를 언급하는 가운데 8일(현지시간) 니콜라이 바멘 덴마크 재무부 장관(오른쪽)이 에릭 젠슨 그린란드 재무장관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회담한 뒤 악수하고 있다. 코펜하겐=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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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의 발언 이후 그린란드 주민들 사이에서는 당혹감과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린란드 원주민이자 라디오 프로듀서인 크리스티안 울로리악 제페센은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1기 시절인 2019년 처음으로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고 발언했을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면서 “모든 것이 무섭게 돌아가고 있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다만, 덴마크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는 주민 중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행보를 마냥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 기류도 나타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파나마 운하를 둘러싼 반발도 계속해서 나오는 중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파나마 운하 관련 위협은 미국 선박에 운하 운영사 측이 과도한 운임을 부과하고 있다는 불만에 기인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운영사 측이 직접 반박하고 나섰다. 리카르테 바스케스 모랄레스 파나마운하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국 선박만 운임 등에서 특별대우를 하는 것은 “국제법을 위반하는 행위이며 국제적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면서 “규칙은 규칙이고 예외는 없다”고 밝혔다. 중국이 파나마운하 운영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비판에도 “근거가 없다”면서 “중국은 우리 운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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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8일(현지시간) 베를린 총리 공관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AP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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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은 미국 정치권의 여야 대립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공화당과 보수 진영에서는 ‘먼로 독트린’을 빗대 ‘돈로(도널드와 먼로를 합친말) 독트린’, ‘트럼프 독트린’ 등으로 부르며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을 지지하고 나섰다. 공화당 하원 외교위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위한 가장 큰 꿈을 갖고 있으며 큰 꿈을 두려워하는 것은 비미국적”이라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구상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11월 대선이 그린란드를 침공하거나 무력으로 점령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나는 이런 코멘트와 관련된 집착에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퇴임을 앞둔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도 이날 프랑스 방문 중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그린란드와 관련해 언급되고 있는 아이디어는 좋은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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