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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29] 운때가 온다 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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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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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운때라는 단어를 잘 쓴다. ‘운(運)’이라는 한자와 순우리말인 ‘때’의 합성어다. 맥락이 비슷한 한자 단어로 적으면 시운(時運)이라고 해도 좋겠다. 그러나 자신에게 닥치는 것의 순서로는 시간이 먼저일까, 운이 우선일까.

중국에서는 시래운전(時來運轉)이라는 성어를 즐겨 사용한다. 때에 이르러서는 운도 따라 바뀐다는 뜻이다. 홍콩에서 만든 영화의 제목으로도 쓰이면서 우리에게 익숙해진 성어다. 현재 처한 역경(逆境)에서 벗어난다는 의미가 강하다.

‘산굽이 돌자 새 길이 나타난다(峰回路轉)’는 뜻의 성어도 있다. 북송의 구양수(歐陽修)가 ‘취옹정기(醉翁亭記)’라는 글에서 사용했다. 답답한 길의 굽이를 돌자 새로 나타나는 풍경을 그렸다. 역시 어려움이 평안함으로 바뀐다는 의미다.

막다른 산에서 앞이 보이질 않고, 물길마저 끊기는 경우가 있다. 망연한 그때 버드나무 우거진 그늘 밑, 화사한 꽃무리로 시선을 옮기다가 새 길을 찾는다. 그로부터 나온 성어가 유암화명(柳暗花明)이다. 남송 시인 육유(陸游)의 시에서 나왔다.

혹독한 삶 속에서 기대고 싶어지는 말들이다. 그만큼 중국인의 인생길은 참 고단했던 듯하다. 예나 지금이나 중국 민간이 좋아하는 금붙이 장식을 보면 그 점이 충분히 느껴진다. 대개가 다 ‘시래운전’을 기원하는 장신구들이다.

그러나 운때라는 것이 온다 한들 대비하지 않는 사람은 그를 놓치기 십상이다. 그래서 어려운 때일수록 더 준비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 국내외로 맞이하는 정치·경제 환경이 모두 열악해져 큰 난국(難局)을 맞이한 중국이다.

그럼에도 집권 공산당은 출로(出路) 찾을 준비에 바쁘다. 운과 때가 닥치면 국면을 전환할 능동적인 채비다. 그에 비하자면 모든 것이 뒤죽박죽인 한국의 상황은 난국(亂局)이다. 방향을 가늠조차 하기 어려우니 그저 첩첩산중(疊疊山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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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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