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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중소기업 경기 악화에 특수은행 비상등…‘떼인 돈’ 5.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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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익여신 5조5890억…전년比 1조3110억 증가
고정이하여신 규모도 1년새 2조가량 늘어
올해 중소기업 경기 더 나빠져…부실화 우려


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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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특수은행(산업·수출입·기업·농협·수협은행)의 무수익여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고금리와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정책대출상품 주소비층인 중소기업의 상환여력이 악화한 탓이 크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국내 특수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5조5890억 원으로 전년 동기(4조2780억 원) 대비 1조3110억 원 증가했다. 코로나19 펜대믹이 시작된 2020년(6조6013억 원) 이후 최대치다.

무수익여신은 원금은 커녕 이자조차 받지 못하는 악성 채무로 이른바 '깡통 대출'이다. 통상 3개월 이상 원금 상환이 연체된 여신에 이자 미계상 여신을 추가 반영해 무수익여신 잔액을 산정한다.

무수익여신 중 3개월 이상 연체액은 2조7146억 원으로 전년(1조8359억 원) 대비 8787억 원 증가했다. 부도업체 여신, 채무상환능력 악화 여신 등 이자 수입이 없는 미계상 여신은 전년 대비 4322억 원 증가한 2조8744억 원에 달했다.

특수은행의 자산 건전성도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특수은행의 총여신(983조5790억 원) 중 무수익여신 비율은 0.57%로 전년 같은 기간(0.45%)보다 0.12%포인트(p) 올랐다. 일반은행(시중은행+지방은행)의 총여신(1782조1347억 원) 중에서 무수익여신(5조1132억 원) 비율이 0.29%인 점을 고려하면 두 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무수익여신뿐만 아니다. 국내 특수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은 지난해 9월 말 8조3373억 원으로 1년 만에 1조8725억 원 증가했다. 총여신 규모는 일반은행보다 작은데도 부실여신은 일반은행(6조1863억 원)보다 많다. 고정이하여신 중 ‘고정’ 여신액은 6조491억 원으로 전년 동기(4조4791억 원) 대비 1조5700억 원 증가했고, 직전 분기인 6월 말(6조287억 원)과 견줘도 급증세를 이어갔다.

특수은행의 건전성 악화의 주요 원인은 중소기업 대출 부실화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건수는 총 1745건으로 전년 동기 1509건 대비 15.64% 증가했다. 연체율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중소기업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9%로 2022년(0.4%), 2023년(0.7%)보다 높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고환율, 내수 부진, 미국 트럼프 2기 출범 등 불확실성이 큰 대내외 환경에 취약한 중소기업의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2025년 1월 중소기업 경기 전망 조사 결과 업황전망 경기전망지수(SBHI)는 68.1로 2021년 1월(65.0)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수은행의 건전성 지표도 함께 나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금리 장기화로 기업과 개인이 버틸 수 있는 체력이 많이 떨어져 연체도 늘고 고정이하여신도 증가했다”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특수은행으로서 상대적으로 높은 리스크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투데이/정상원 기자 (jsw@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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