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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1 (토)

파도의 세계로 들어가는 법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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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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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은 그림책의 해입니다.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를 위한 그림책, 누구나 그림책을 읽고 누리는 문화를 위하여 ‘2025 그림책의 해 추진단’과 한겨레는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을 공동 기획하여 연재합니다. 자세한 정보는 ‘책의 해 홈페이지’(bookyear.or.kr)를 참고해 주세요.





글 없는 그림책, ‘파도야 놀자’를 펼친다. 왼쪽 면에는 아이가 무채색 모래사장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오른쪽 면에는 푸른 빛 파도가 일렁인다. 파도는 딱 중앙의 제본선까지만 다가오고 더 이상 왼쪽 면으로 넘어오지 않는다. 아이는 조심스럽게 용기를 내, 파도를 향해 팔을 뻗어본다. 독자는 그 순간 왼쪽 면에서 뻗은 팔이 오른쪽 면에서 보이지 않는, 제본선을 경계로 그림이 잘린 듯한 이 문제적인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그림책을 더 활짝 펴서 그림의 잘려진 부분, 안 보이는 공간이 있는지 확인해 본다. 책장의 앞뒤를 넘겨본다. 다음 페이지에서 제본선을 막 통과한 아이의 나머지 반쪽을 발견할 수 있다. 제본선 앞에서 시간은 멈춰 있고, 책장을 넘겨 다음 제본선에서 시간은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아이는 동화 속 앨리스가 토끼굴로 빠져들고, 영화 속 해리포터가 플랫폼 사이를 지나 마법의 세계로 들어가듯, 그림과 그림 사이 제본선을 통과해서, 파도가 기다리는 놀이의 공간으로 이동한다. 그림책의 물리적 특성을 활용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의 ‘글 없는 그림책’을 만드는 그림책 작가의 도전이 빛나는 순간이다.



한겨레

우리 그림책 명장면50 ⑧ 파도야 놀자, 이수지 글·그림, 비룡소(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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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현 그림책연구자·어른그림책연구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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