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前 美대통령 국장 엄수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국립 대성당에서 엄수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국가장례식에 참석한 전·현직 대통령. 앞줄 왼쪽부터 조 바이든 대통령,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통령 부군 더그 엠호프. 두 번째 줄 왼쪽부터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클린턴 전 대통령 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부시 전 대통령 부인 로라 부시 여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 당선인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2025.01.10. 워싱턴=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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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9일(현지시간) 고향 조지아주에서 100세를 일기로 삶을 마감한 제39대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의 장례식이 9일 미 워싱턴DC 워싱턴 국립 대성당에서 웅장하게 치러졌다. 이날 대성당 한 가운데에는 앞서 조지아에서 비행기로 운구된 카터 전 대통령의 관이 자리했고, 종교계 인사부터 정치 지도자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연단에 올라 카터 전 대통령을 기억하는 추모사를 낭독했다. 하지만 대성당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가장 많이 울리고 미소짓게 한 건 그의 손자 제이슨 카터(49)의 추모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추모사를 낭독중인 제이슨 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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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란타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이자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조지아주 상원의원을 지낸 그는 현재 카터 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난 후 설립한 비영리 단체인 카터 센터의 회장이기도 하다. 그는 이날 미국인 누구나가 ‘대통령 카터’를 넘어 ‘인간 카터’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도록 자신의 추억을 풀어놓았다.
그는 “우리 가족들은 할아버지를 ‘파파’라고 불렀다”며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조지아 주지사 관저에서 4년, 백악관에서 4년을 사신 분들이지만 나머지 92년은 (고향인) 조지아주 플레인스의 집에서 보낸 소박한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39대)이 조지아주 플레인스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100세. 역대 미 대통령 중 최장수 기록을 세운 카터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다양한 평화·인권 활동으로 ‘가장 훌륭한 전직 대통령’이란 평가를 받으며 2002년에는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사진은 카터 전 대통령이 1997년 6월 16일 켄터키주 파이크빌에서 해비타트 ‘사랑의 집 짓기’ 봉사 활동을 펼치는 모습. 2024.12.30. 플레인스=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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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파파가 소탈한 사람이란 걸 알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집에 가보는 것이었다”며 카터 전 대통령의 자택 모습을 묘사했다. 손자 카터는 “첫째로 그 집은 그들이 직접 손으로 지은 것처럼 보이는 집이고, 둘째로 집에 가면 할아버지는 70년대 스타일 짧은 반바지에 크록스를 신고 문을 열고 나왔다”고 말해 눈물 짓던 성당 안 추모객들을 크게 웃게 만들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아들 잭 카터(오른쪽)와 부인 리즈가 9일(현지시각) 워싱턴 DC 국립 대성당에서 엄수된 카터 전 대통령의 국가장례식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5.01.10. 워싱턴=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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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남부의 수천 명 조부모님 집들이 그러하듯 벽에는 낚시 트로피가 걸려있고, 냉장고에는 손주와 증손주들 사진이 가득 붙어 있었다”며 “전화기는 주방 벽에 고정된 유선 전화라 마치 박물관 전시품 같이 보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대공황 시대를 거친 파파의 절약 정신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로는 싱크대 옆에 지퍼백을 (재사용 하기 위해 씻어) 널어놓는 작은 받침대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해군으로 복무하던 시절 핵잠수함 분야에서 일하는 등 핵 관련 엔지니어였던 카터 전 대통령이 휴대전화를 잘 다루지 못해 자신과 있었던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그는 “(유선전화만 쓰던 할아버지가) 결국 어느날 휴대전화를 사용하기 시작하셨는데 전화를 거셨길래 받았더니 ‘너 누구야’하고 되물은 적이 있다”며 “‘저예요, 제이슨. 할아버지가 저한테 전화하셨잖아요’ 했더니 ‘난 안했어. 난 사진 찍고 있었어’라고 말했다”고 전해 눈물짓던 좌중을 또 미소짓게 만들었다.
손자 카터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소도시 사람들로서, 자신들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절대 잊지 않았다”며 “하지만 우리가 여기 있는 이유가 그들이 단순히 소탈한 사람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이후 카터의 정치적 사회적 업적을 비중있게 다뤘다.
이날 워싱턴 대성당에서 75분 동안 진행된 장례식이 끝난 후 카터 전 대통령의 관은 다시 비행기로 그의 고향인 조지아주 플레인스로 이송됐다. 여기서 그는 다시 자신이 평생 다닌 고향 마을의 마라나타 침례교회에서 가족들만을 위한 추모식을 가질 예정이다.
카터 전 대통령의 관이 도착하길 기다리고 있는 마라나타 침례교회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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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카터 전 대통령은 이 교회에서 90세가 넘어서까지도 주일 교회학교 교사로 일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손자 카터는 이날 추모사에서 “우리 교회에서는 ‘깨어나는 순간부터 머리를 뉘는 순간까지 신의 선하심을 노래하겠다’는 노래를 부른다”며 “할아버지는 분명 그런 사람이었고 그의 삶은 신의 선하심에 대한 증거였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워싱턴 DC의 국립 대성당에서 엄수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국가장례식에서 추도사를 마친 후 성조기에 덮인 고인의 관을 만지고 있다. 2025.01.10. 워싱턴=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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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8일(현지시각)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관이 안치된 워싱턴의 국회의사당 로툰다 홀을 찾아 조문하고 있다. 2025.01.09. 워싱턴=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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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 전 대통령은 고향 플레인스에서 2023년 11월 사망한 아내 로잘린 카터 옆에 묻힐 예정이다. 플레인스는 500여 명 규모의 작은 시골 마을로, 카터 부부는 77년을 해로했다.
손자 카터는 “그는 떠났지만 멀리 가지는 않았다”며 “우리에게 그는 부엌에서 팬케이크를 만들거나, 목공소에서 증손주를 위한 요람을 만들고 있거나, 할머니와 송어 낚시를 하고 있거나, 아니면 그냥 조지아의 들판과 숲을 함께 걷는 모습으로 남아있을 것”이라는 말로 추모사를 마쳤다.
성조기에 덮인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유해가 9일(현지시각) 워싱턴 DC의 국립 대성당에서 엄수된 국가장례식을 마치고 고향인 조지아주 플레인스로 떠나기 위해 운구되고 있다. 2025.01.10. 워싱턴=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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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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