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각) 시이에스(CES) 2025에 전시된 샤오펑 에어로에이치티(HT)의 에어크래프트. 남지현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매년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시이에스(CES)에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통신(IT)’ 전시회라는 이름과 달리 수많은 ‘모빌리티’ 관련 업체가 참여한다. 자동차가 점차 전동화(electrification)되고, 인포테이먼트 기술이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 자동차에 탑재되는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 이상으로 중요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올해 시이에스에도 ‘운송수단 기술 및 첨단 모빌리티’ 관련 기업만 600곳 넘게 참여했다. 출시를 앞둔 신차나 개발 중인 신차의 콘셉트카는 물론이고, 완성차 고객사를 기다리는 각종 최신 기술이 적용된 자동차 부품과 소프트웨어가 즐비했다. 올해 시이에스에서 눈에 띄었던 트렌드와 기업들을 소개한다.
‘플라잉카’ 들고 나온 중국의 테슬라
8일(현지시각) 시이에스(CES) 2025 샤오펑 에어로에이치티(HT) 부스에 전시된 ‘플라잉카’ 모습. 지상 마더십에 탑재된 에어크래프트가 트렁크 문이 열리며 분리되는 모습. 남지현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전시장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곳 중 하나는 ‘샤오펑 에어로에이치티’(XPeng Aeroht) 부스였다. 중국의 테슬라라 불리는 중국 전기차 제조사 샤오펑의 자회사다. 이 회사가 내놓은 제품은 딱 하나. 비행자동차다. 자동차 안에 비행할 수 있는 전기 에어크래프트를 실을 수 있는 형태의 제품으로, 비행이 가능한 지점까지 ‘마더쉽’(mothership)이라 불리는 6륜 5인승 전기차를 몰고 간 뒤 트렁크에 실려 있는 에어크래프트를 꺼내 타면 된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동차와 에어크래프트가 분리된다. 에어크래프트는 2인승이며 전기로 구동된다. 비싼 격납고가 필요 없이 차량에 비행 기기를 보관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자율주행 비행 기능도 지원한다. 내년 중국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가격은 30만달러(약 4억3천만원)다.
운전석 없는 자율주행 셔틀
8일(현지시각) 시이에스에 전시된 아마존 자율주행 전기 셔틀 죽스. 남지현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8일(현지시각) 시이에스에 전시된 아마존 자율주행 전기 셔틀 죽스. 남지현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 아마존 자회사 죽스(Zoox) 부스에도 긴 줄이 늘어섰다. 이 회사가 내놓은 4인승 무인 자율주행 전기차를 직접 타보기 위한 행렬이다. 이 차의 가장 큰 특징은 운전석이 없다는 점이다. ‘운전자가 아닌 탑승객을 위한 차’라는 게 이 차의 강조점이기도 하다. 운전대는 물론 엑셀이나 브레이크 페달도 없다. 차량 내부엔 2인석 2세트가 서로 마주보고 있을 뿐이다. 좌석 옆에 붙은 스크린을 통해 이동 중인 경로가 표시되고, 음악도 틀 수 있다.
죽스는 이 차를 카카오 택시 부르듯 호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올해 안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라스베이거스 등 일부 도시에서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도 직원과 그 가족·지인들을 대상으로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고 현장 직원은 귀띔했다.
8일(현지시각) 시이에스에 전시된 스즈키의 자율주행 전기 셔틀을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남지현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일본의 완성차 업체 스즈키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스즈키 부스에도 죽스와 닮은 무인주행 셔틀이 전시돼있었다. 스즈키가 지난해 투자한 미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글라이드웨이가 만든 자율주행차다. 4인승 전기 셔틀은 내년부터 미국 애틀란타, 산호세 등 일부 도시에서 공항 등 제한적 환경에서 첫 대중 운행을 시작한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로보택시 사업인 크루즈를 접는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로보택시 사업에서 발을 빼는 상황에서 스즈키는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셈이라 사업의 지속가능성과 성공 여부는 두고봐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글로벌 시장 문 두드리는 중국차
8일(현지시각) 시이에스에 전시된 지커의 고성능 자동차 ‘001 FR’을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남지현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번 시이에스에선 미국과 유럽, 한국의 완성차 업체가 불참한 빈자리를 중국과 일본 업체들이 채웠다. 올해 하반기 한국 시장 진출을 앞둔 중국의 지커(Zeekr)도 처음으로 부스를 차리고 고성능 전기차 ‘001 FR’과 5인승 미니밴 ‘믹스’, 럭셔리 대형 미니밴 ‘009 그랜드’ 등 주력 제품 3종을 선보였다. 현재 중국에만 출시된 001 FR은 최대 1300마력을 자랑하고 가격은 약 10만달러(1억4600만원) 수준이다. 1회 충전시 중국 인증 기준 최대 643㎞를 가는 믹스는 약 4만달러(5800만원)다. 관람객들은 “이 차가 중국차가 맞느냐”며 놀라움과 관심을 표했다.
지커 차에 탑재된 자율주행 기술도 주목할만했다. 지커가 자체 개발한 최신 자율주행 기술 ‘지커 인텔리전트 드라이빙 2.0’은 지난 달부터 양산 차량에 적용됐다. 현장 직원은 “우리의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 2.9999로 레벨 3에 매우 가까운 수준”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보다 나은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뚜렷한 주차 선이 없는 길가에도 자율 주차가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차량 내 센터 스크린에 표시된 도로 영상을 보다가 주차하고 싶은 자리에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면 이를 인식하고 차가 자동 주차를 한다는 것이다. 테슬라의 경우 자동 주차 기능은 3개 이상의 뚜렷한 선이 있어야 쓸 수 있다. 현장 직원은 “중국 밖 유럽 시장에서의 주행 데이터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엔비디아가 내놓을 코스모스 등으로 인공 주행 데이터를 활용하면 중국 밖 시장에서의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 속도를 크게 단축시킬 수 있을 걸로 본다”고 말했다.
8일(현지시각) 시이에스 웨이모 부스에 전시된 ‘지커 RT’. 남지현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 부스에서도 지커 차가 전시돼있었다. 두 회사가 함께 개발 중인 자율주행 전기차 ‘지커RT’였다. 이 차에는 엔비디아의 블랙웰 설계에 기반한 차세대 차량용 생성형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용 시스템온칩 ‘드라이브 AGX 토르’가 양산차로서는 처음으로 탑재된다. 지커는 이 차를 올해 중으로 웨이모에 인도할 예정이다.
전기차 신차 선보인 혼다
7일(현지시각) 시이에스에서 공개된 소니혼다모빌리티의 전기차 ‘아필라1 시그니처’. 남지현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소니혼다모빌리티는 지난 7일(현지시각) 프레스 컨퍼런스를 열고 새 전기차 ‘아필라’를 공개했다. 소니혼다모빌리티는 2022년 소니와 혼다가 설립한 합작 법인이다.
아필라는 라이다 1개를 포함해 40개의 카메라·센서와 1초에 800조번의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 자동차 전자제어장치(ECU)를 탑재했다. 이를 기반으로 레벨2 플러스 자율주행과 개인 비서 같은 인공지능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게 했다는 게 회사쪽 설명이다. ‘아필라1오리진’과 ‘아필라1 시그니처’ 두 가지 트림으로 각각 2027년과 2026년 중반 고객 인도 예정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아필라1 오리진은 8만9900달러(약 1억3천만원), 시그니처는 10만2900달러(약 1억5천만원)에 이른다. 이미 외신에선 더 부담 없는 가격의 경쟁사 제품이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8일(현지시각) 시이에스 혼다 부스에 전시된 차세대 전기차 시리즈 ‘제로’ 세단. 남지현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8일(현지시각) 시이에스 혼다 부스에 전시된 차세대 전기차 시리즈 ‘제로’ 스포츠유틸리티차. 남지현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혼다는 새 전기차 시리즈 ‘제로(0)’의 2종의 프로토타입도 전시했다.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 2종인데, 이전 모델에 비해 확연히 슬림하고 미래지향적인 모습으로 바뀌었다. 내년 미국 오하이오주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더 똑똑하고 친절한 자동차를 위하여
8일(현지시각) 시이에스에서 현대모비스가 전시한 홀로그래픽 윈드실드 디스플레이에 주행 정보가 표시된 모습. 남지현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8일(현지시각) 시이에스에서 현대모비스가 전시한 홀로그래픽 윈드실드 디스플레이. 남지현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자동차 전장 부품 업체들의 약진도 돋보였다. 현대모비스가 광학 기술 업체인 독일의 자이스와 손잡고 개발한 홀로그래픽 윈드실드 디스플레이는 최고혁신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현장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차량 앞유리에 설치할 수 있는 얇은 필름 형태의 디스플레이에 바로 홀로그래픽 영상을 쏘는 방식인데, 8일 부스를 찾아 실제로 살펴보니 이전에 시중에 나와있는 어떤 헤드업디스플레이(HUD)보다 뚜렷하고 선명한 영상을 자랑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옆좌석에선 운전석 쪽 디스플레이 영상을 볼 수 없는 기술도 가미됐다. 회사 관계자는 “양산 단계 제품은 앞 유리와 일체가 되어 차량 안팎에서 봤을 때 그냥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보일 것”이라고 했다.
모비스는 문 밖에 뭔가 있을 때 문을 열려고 하면 차량 실내 인테리어 조명이 빨갛게 바뀌는 ‘문콕’ 방지 기능과 멀미 저감 효과를 더한 조명 기술도 선보였다. 엘지(LG)이노텍은 렌즈가 밖으로 노출되지 않고 대시보드 내부에 숨겨진 상태에서도 촬영이 가능한 차량용 카메라를 내놨다.
차량 내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서비스를 구현하는 걸 돕는 각종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는 기업도 여럿 부스를 차렸다. 현대자동차와 엘지전자가 투자한 미국 스타트업 소나투스는 주행 중 카메라로 수집된 주행 데이터를 종류 별로 사전 분류해 클라우드에 전송,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여주는 소프트웨어를 내놨다.
라스베이거스/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