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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기후위기 대응, 급식에서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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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시민들⑦]

전남 순천시 송산초의 특별한 '채식의 날'

매달 2회, 맛있는 채식 식단과 간식 '인기'

육류 소비 절감을 통한 탄소 중립 효과 기대

학생·학부모 반응 '긍정'…올해 가정 참여 확산 목표

편집자 주
역대급 폭염과 폭우 앞에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기후위기'를 실감하는 것 밖에는. 다만 다행인 건 기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 만큼 기후위기를 '네 일'이 아닌 '내 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올 여름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는 외침 속에 지역 곳곳에서도 기후위기에 응답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발걸음이 늘어나고 있다. 전남CBS는 기후위기를 향한 냉소와 포기를 넘어, 한걸음의 작은 실천을 하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아 기후행동이 가진 가치를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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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의 날 간식으로 화채를 나눠주고 있는 모습. 송산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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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싣는 순서
① "올 여름 전기세 5만 원…지구를 위한 응답이에요"
② "기후위기, 혼자 아닌 함께"…순천생태학교 '첫 발'
③ "이렇게 하면 바뀌겠죠" 효천고 기후환경 동아리 '센트럴'
④ 뚜벅이 환경공학자의 '자동차와 헤어질 결심'
⑤ "지구를 향한 작은 발걸음, 순천에서도 울리다"
⑥ 냉난방 없이도 가능한 삶, 순천 사랑어린학교가 살아가는 법
⑦ 기후위기 대응, 급식에서 시작하다
(계속)

기후위기가 심화하면서 학교들도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실천 가능한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특히, 미래 세대를 기후위기 해결의 주체인 '기후시민'으로 길러내는 것이 중요한 교육 목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남 순천시 별량면의 송산초등학교가 운영하는 '채식의 날'이 눈길을 끈다.

송산초등학교는 매달 두 차례 '채식의 날'을 운영하며, 학생들과 가정에서 육류 소비를 줄이고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탄소중립을 목표로 시작됐다. 이를 통해 육류 소비 감소와 음식물 쓰레기 절감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얻고 있다. 가정에서도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이날 저녁 채식을 실천한 후 인증사진을 학교 SNS에 올리는 이벤트를 진행하며, 연말에는 참가자들을 시상하는 등 즐거운 동참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채식의 날은 지난 2021년 이만옥 교사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그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생태전환 교육은 영어와 수학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러나 지식을 배우는 수업과 달리, 의식의 변화와 실천을 이끌어내야 하는 수업"이라며, 학생들에게 채식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고 거부감을 줄이는 것이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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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산초 한 가정에서 실천한 채식 밥상 인증 사진. 송산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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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송산초 6학년 학생들은 순천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 지역 환경단체와 협력해 기후위기 관련 수업을 진행하며, 학교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다. 그 결과 학생의사결정기구 '다모임'이 기후위기 대응분과를 설치하고, 15명의 학생들이 채식의 날 운영을 주도하게 됐다.

기후위기 대응분과는 채식의 날을 친숙하게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잔반을 남기지 않은 학생들에게 곶감이나 화채, 공정무역 초코릿과 같은 달콤한 간식을 제공하며 긍정적 경험을 선사한다. 이와 같은 활동 덕분에 일부 학생들은 간식 때문에 채식의 날을 더 좋아하게 됐다.

채식의 날 운영에는 영양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송산초 영양교사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채식'을 목표로 다채로운 식단과 맛있는 소스를 개발해 제공한다. 그 결과, 비건햄볶음밥, 두부야채구이 올리브소스, 또띠아 아몬드 피자 등 학생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메뉴가 급식에 오르고 있다.

이와 같은 채식 식단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습관은 기후위기 대응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비영리 미디어 센티언트미디어(Sentient Media)는 환경단체 마드레 브라바(Madre Brava)가 네덜란드 컨설팅 기업 프로푼도(Profundo)와 협력해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하며, 육류 소비량의 30%를 식물성 단백질로 대체할 경우 7억 2800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송산초등학교의 실천은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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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산초 한 가정이 올린 채식 밥상 인증 사진. 송산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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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와 학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최다 참가상을 받은 학부모 백진효 씨는 "채식의 날을 계기로 이날만이라도 채식을 하자고 시작했는데, 먹다 보니 가족 모두가 건강한 식단을 먹게 됐다"며 "아이들도 하나씩 채소의 맛을 알게 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 이지영 씨는 "아이와 함께 국수나 두부 버섯 전골 등을 만들며 채식에 참여하고 있다"며 "기후위기를 가르치기 쉽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배우게 돼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김인애 씨는 "다른 가정의 식단과 레시피를 공유하며 배운다"며 "학교에서 대나무 칫솔을 선물하는 등 동기부여도 훌륭하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에게도 채식의 날은 특별한 날이 아닌 일상이 되고 있다.

박준희(8)군은 "채소 음식이 생각보다 맛있어서 잘 먹게 됐다"고 말하며 채식에 대한 긍정적 변화를 표현했다.

김주찬(10)군은 "돼지나 소를 키우는 과정에서 메탄가스가 나오는데 채식의 날을 통해서 줄일 수 있다고 배웠다"며 채식의 날에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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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산초가 가정의 동참을 격려하기 위해 진행한 이벤트. 송산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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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산초등학교의 채식의 날은 단순한 식생활의 변화에서 나아가 기후와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교육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도 송산초는 학생들과 학부모와 함께 기후위기에 대응하며 소중한 발걸음을 걸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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