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이 10일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에 출석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경호 책임자인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이 10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지난 3일 경찰이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은 박 처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첫 번째 출석을 요구한 지 일주일 만이다. 박 처장은 그간 “대통령 경호 업무와 관련해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이유로 소환에 불응해왔다.

박 처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 조사실에 출석했다. 앞선 경찰의 소환 요구에 두 차례 불응한 전력 탓에 이날 조사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예상을 깨고 모습을 나타냈다. 경호처는 박 처장의 출석을 언론에 미리 알리기도 했다.

경찰청에 나타난 박 처장은 기자들과 만나 작심한 듯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현직 대통령의 신분에 걸맞은 수사 절차가 있어야 한다”며 “국격에 맞게 대통령에게 적정한 수사 절차가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물리적 충돌을 피할 목적으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 대통령 변호인단 등과 접촉했던 사실도 털어놨다. 그는 “어떠한 경우에도 물리적 충돌이나 유혈 사태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리적 충돌 등)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그동안 최 권한대행에게 여러 차례 전화드려서 정부 기관 간 중재를 건의드렸고, 또 대통령 변호인단에게도 제3의 대안을 요청한 바 있다”며 “그러나 그에 맞는 답을 얻지는 못했다”고 했다.

박 처장은 경찰의 첫 출석 요구가 있었던 지난 3일부터 경찰 조사에 응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 소환 조사에는 처음부터 응하기로 마음먹었고, 다만 변호인단 준비가 다소 늦어져 오늘 응하게 됐다”며 “경찰이 친정인 제가 경찰 소환을 거부하고 수사를 받지 않는다면, 국민 누가 경찰 수사를 받겠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이 적법하다고 생각하나’라는 취재진 질문에는 “수사 과정에서 법리적 논쟁이 있을 것”이라고 했고, ‘윤 대통령이 어디에 있나’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박 처장은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진행된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 입건됐다. 당시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관저 영내로 진입해 영장을 집행하려 하자 경호처는 저지선·인간띠를 구축해 수사기관의 접근을 방해했다. 공조본은 “경호처의 위법한 공무집행방해로 (집행을) 완료하지 못했다”고 했다.

박 처장은 경찰에 입건된 경호처 간부 중 처음으로 조사에 응한 사람이 됐다. 박 처장은 지난 4일과 지난 7일 두 차례 경찰 소환에 불응했고, 세 번째 출석요구에 응했다. 이광우 경호본부장은 이날 오후 2시까지 출석하라는 2차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경찰은 김성훈 경호차장에게는 3차,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에게는 2차 출석요구서를 보내 오는 11일까지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경호처 수장인 박 처장에 대해 경찰이 체포 등 신병을 확보할 경우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공성전’을 벌이고 있는 경호처의 관저 경호에도 균열이 생길지 주목된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계엄, 시작과 끝은? 윤석열 ‘내란 사건’ 일지 완벽 정리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