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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1 (토)

전직 인권위원들 “‘계엄 옹호 안건’ 상정한 인권위, 윤 변호인단 하청업자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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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전·현직 인권위원들이 10일 서울 중구 인권위원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원위원회에 상정된 ‘윤석열 대통령 방어권 보장 취지 안건’의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전원위원회는 오는 13일 열릴 예정이다. 정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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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등이 윤석열 대통령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권고 안건을 상정한 것에 관해 전직 인권위원과 사무총장이 “인권위 존재 자체를 부정한 것”이라며 공개 비판했다.

전직 인권위원과 사무총장, 인권위 직원들은 10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인권위의 책무를 망각한 망발이며 내란 수괴와 그 공범자들을 비호하는 어용적 결정”이라며 “어용 인권위원들이 윤석열 변호인단의 하청업자로 전락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문에는 29명의 전 인권위 사무총장·위원들이 이름을 올렸다.

발언에 나선 최영애 전 인권위원장은 “인권위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안건을 전원위에 올린 위원들과 이를 결재한 위원장을 보면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며 “이것을 바르게 세우지 않으면 한국의 민주주의 인권이 스러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직 인권위원인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금 인권위는 독립기관으로서의 명예와 지조는커녕 끝도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며 “반헌법적이고 반인권적인 계엄 선포를 인권위가 나서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국민 인권을 지켜야 하는 것이 인권위 고유 권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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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인권위원들이 10일 서울 중구 인권위원회에 항의방문하자 안창호 인권위원장이 맞이하고 있다. 전·현직 인권위원들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원위원회에 상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방어권을 보장해야한다는 취지의 안건 폐기를 촉구했다. 정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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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견을 마친 뒤 최 전 위원장과 서미화·정문자·정강자·배복주·윤석희·이준일·석원정 등 전직 인권위원 10여명은 위원장실을 방문해 안창호 인권위원장과 30여 분간 면담했다.

초대 인권위 상임위원을 역임한 박경서 전 위원은 “위원장에게 ‘이 안건을 상정하지 말아달라’ 하나를 부탁하러 왔다”며 “처음부터 어떻게 위원장이 (이 안건을) 허가했는지 몰라도 반인권적인 안건을 폐기해달라”고 말했다.

전직 인권위원인 퇴휴스님은 “인권위가 윤 대통령이나 한덕수 국무총리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힘 없고 약한 사람을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안 위원장은 이들의 얘기를 듣고 항의 서한을 전달받았다. 안 위원장은 안건을 폐기할 것이라는 확답은 하지 않았다. 안 위원장은 “엄중히 보고 있어서 결정함에 있어 방문해주신 우리 위원들 말씀을 참조해 고민하고 국민 안에서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김용원 위원 등 인권위원 5명은 전날 ‘(긴급)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을 오는 13일 열리는 전원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 안건에는 헌법재판소 등 사법부와 수사기관에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의 방어권을 철저히 보장할 것’ ‘윤 대통령을 불구속 수사할 것’ 등의 권고 내용이 담겼다. 안건 상정 배경으로는 “계엄 선포는 대통령에게 부여한 고유 권한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비난받을 일도 아니다” 등 계엄을 옹호하는 내용도 담겼다. 안 위원장은 이 안건 상정을 결재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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