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11 (토)

이슈 시위와 파업

[주간 파일] GGM 노조, 법인 출범 5년 만에 첫 파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임금 7%↑·호봉제 도입 등 요구

상생협약 따라 추가 인상 어려워

올해 생산 물량 타격 불가피할 듯

노조 요구 수용시 배임 소지 우려

아시아경제

전국금속노조 광주글로벌모터스지회(GGM 노조)가 10일 오후 GGM법인 출범 5년 만에 본격적으로 첫 파업에 돌입, 광주시청 앞에서 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찬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국금속노조 광주글로벌모터스지회(GGM 노조)가 GGM법인 설립 5년 만에 본격적으로 첫 파업에 돌입했다. 노사민정 합의에 따라 상생형 일자리로 출범한 GGM이 첫 파업에 돌입하면서 설립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판매 실적에 따라 올해 직원을 대거 채용, 2교대 시행 등으로 캐스퍼 생산량을 대폭 늘리려 했지만, 노조와의 교섭이 장기화되면서 지역경제 타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설립 이후 3년 4개월만 첫 파업
GGM 노조의 파업이 10일 낮 12시 20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등에 따르면 금속노조 GGM지회 확대간부(집행부) 20여명은 이날 낮 12시 20분부터 오후 4시 20분까지 4시간 하루 부분 파업에 돌입한다. 이들은 다음 주부터 조합원 순환 파업에 돌입하는데, 파업 세부 일정은 쟁의대책위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금속노조 GGM지회 간부들은 파업 돌입 후 곧바로 광주시청으로 이동해 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노조는 "노조가 파업에 나선 것은 사용자, 광주시, 주주단이 '상생'의 길을 포기하고 노조 탄압을 지속하기 때문이다"며 "상생협약서가 무노조·무파업 취지였다면 노동3권을 짓밟는 반헌법적 협약으로 무효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측은 지난 6일 조합이 주차장 외벽에 상실 교섭과 조합원 단결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게시하자 하루 만에 무단 철거했고, 지난 8일에는 단체교섭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하는데 상생안전실장이 직원을 대거 동원해 위력으로 방해했다"며 "사용자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최소 1년 이상 장기투쟁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날 노조 집행부 전임 및 노조 사무실 마련 등을 포함해 노조 탄압 중단과 실질 교섭 등을 촉구했다. GGM 노동자들은 지난해 5월 금속노조에 가입하면서 노조 활동을 본격화했다. 현재 근로자 600여명 중 200여명이 노조에 속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GGM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진 사측과 8차례 교섭 과정에서 월 급여 7%(15만9,200원) 인상과 상여금 300%, 호봉제 도입, 자유로운 노조 활동 보장을 요구했지만 결렬됐다.

사측은 회사 창립 배경인 노사민정 합의에 따라 지난해 초 임금을 물가상승률(3.6%)만큼 올려 추가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 상생발전협약서는 무엇인가
GGM은 현대차 브랜드의 경형 SUV 캐스퍼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GGM은 지역 젊은이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출범했다.

지난 2019년 1월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는 광주형 노사 상생의 완성차공장 설립 등 지역발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노사 상생발전 협정서’를 의결했고, 같은 해 9월 GGM이 탄생하게 됐다. 다만, 노사상생발전협정서는 노·사·민·정 간 맺은 약속인 만큼 법적 구속력은 없다.

노사 상생발전 협정서 의결로 현대자동차, 광주그린카진흥원, 광주은행 등 지역 금융권과 기업들이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상생발전협약서에는 적정 임금과 적정 노동, 소통·투명 경영 등 기업의 핵심 가치와 기준이 담겨 있다.

협약서를 살펴보면 전체 근로자 평균 초봉을 주 44시간 기준 3,500만원 수준으로 하고, 주거 지원이나 통근 버스 지원, 직장 어린이집 지원 등 공동복지를 높이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35만대 생산 때까지는 상생협의회를 통해 모든 문제를 논의·의결하는 등 ‘상생’의 대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이같은 협약서로 인해 GGM에 지속해서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졌고, 고객사로부터 위탁 생산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 GGM, 실제 임금 수준과 일자리 창출은
현재 GGM 직원은 680여명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1년 차 기술직 평균 연봉은 광주시가 제공하는 주거비 등(사회적 지원)을 포함해 4,210만원이다. 사회적 지원을 제외하면 3,840만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평균 임금도 급격히 상승 중이다. 2023년 기준으로 평균 임금은 사회적 지원을 제외하고 4,814만원 수준이다. 사회적 지원을 포함하면 4,994만이다. 1년 만에 평균 임금이 13% 증가했는데, 이는 정기 임금 인상분(물가상승률) 3.6%에 더해 잔업과 특근 등(7.4%)이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역 청년들 사이에서도 GGM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9월 46명을 채용하는 하반기 공채에 전체 직군 1,021명이 지원, 2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일반직 경쟁률이 53대 1로 가장 높았고, 기술직은 16.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 세계로 뻗어가는 GGM 성장세
GGM에서 생산하는 캐스퍼 EV는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커넥트웨이브의 자동차 정보 서비스인 '다나와자동차'에 따르면 캐스퍼 EV의 국내 판매 대수는 지난해 8월 1,439대를 시작으로 9월 2,075대, 10월 2,186대, 11월 1,731대 등 7,431대에 이른다. 같은 기간 동안 캐스퍼 EV보다 많이 팔린 전기차는 기아의 EV3(1만 415대)가 유일하다.

현재 누적 생산량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16만대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GGM은 최근 캐스퍼 EV의 수출이 늘어나면서 해외물량의 비중도 높이고 있다. 캐스퍼 EV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유럽 수출을 시작으로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세계 64개국에 1만600대가 수출됐다.

GGM은 올해 캐스퍼 EV를 포함한 캐스퍼 생산 예정 물량을 지난해보다 7% 증가한 5만6,800대로 보고 있다. 이중 수출 비중은 지난해 대비 304% 증가한 4만 2,900대에 달한다. GGM은 이같은 생산 실적을 토대로 오는 2027년 상생협약서에 명시된 생산량 35만대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GGM 측은 당초 생산인력 300명을 추가 고용해 현재 주간 1교대 생산 체제를 2교대 체제로 운영한다는 계획이었지만, 2교대 근무 반대에 나선 노조에 가로막히면서 판매 상황을 당분간 주시한다는 방침이다.

◇노사 갈등에 지역 경제계 우려도
GGM 36개 주주단은 노사의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 결렬을 우려하며 노조가 파업할 경우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주주단은 지난해 12월 26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는 지역경제와 청년 일자리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노사민정협의회 절차를 통해 노사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노조 파업 등으로 회사 운영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면 법적 대응과 투자지분 회수 등 강력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GGM 임원진이 업무상 배임 행위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경영진이 만약 노조 요구를 들어주려면 '노사상생발전 협정서에 기반해 경영한다'는 GGM 정관을 위반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책임 소재는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들이 지게 된다는 것이다.

A 변호사는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임무에 반하는 행위로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며 "회사의 설립 근거가 됐던 노사상생발전 협정서와 그 내용이 반영된 정관에서 제시한 임금상승 기준이 있는데, 단지 노조의 요구라는 명목으로 위 부속 협정서 등에 제시된 물가 상승률을 큰 폭으로 넘어서는 요구를 들어준다면 회사 경영진에게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GGM 관계자는 "최근 노조에게 '언제든지 교섭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며 "GGM은 노사상생협정서에 의해 주주단이 위임을 받고 노조와 쟁의를 이어오고 있는 특수한 구조다. 이 임원들의 임기가 2년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노조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배임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남취재본부 민찬기 기자 coldai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