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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24시] 대화가 곧 타협이 아님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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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김택우 회장은 말 자체를 세게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의정갈등을 더 끌고 가려 한다는 점에서 초강경파로 분류됩니다.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는다 해도 의정협상 대타결과 같은 깜짝 선물이 나올 가능성은 낮습니다."

대한의사협회 제43대 회장직을 두고 다섯 후보들이 치열한 선거전을 벌이던 때, 한 의료계 관계자가 들려준 말이다. 적절한 선에서 의료계의 출구전략을 마련하기보다는 시간을 벌면서 영향력을 키우고 정부로부터 백기투항을 얻어내는 것이 김 회장 측 기조란 설명이다.

그의 강경노선은 14일 열린 공식 취임식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앞서 지난 10일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 수련·입영 특례를 제시한 것과 관련해 의협은 이날 첫 공식 입장을 내놨다. 김 회장은 취임사에서 "후속 조치에 불과한 이 정도의 대책으로는 정부와 대화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정부가 2025년 의대교육 정상화를 위한 마스터플랜을 가져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예상대로 강경했고, 예상대로 아쉬웠다.

당장 15일부터 각 수련병원은 레지던트 1년 차 추가 모집과 2~3년 차 모집에 나선다. 불과 한 달 뒤면 2025학년도 정시 신입생 모집이 마무리되고 국내 의대 40곳이 모두 개강한다. 작금의 혼란을 해소하기 위한 의정 논의가 시급한데, 대화는커녕 상견례조차 요원하다. 이번 특례 발표로 '의료계에 지나친 혜택을 주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던 정부는 물론, 의정갈등의 조속한 해결을 기대한 국민들도 실망할 수밖에 없다.

이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내년도 의대 정원에 대해 '감원 가능성까지 열어두겠다'고 밝혔다. 2000명을 어떻게든 조정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는 올해 교육 여건 개선에 6062억원을 투입하겠다면서 차질 없는 수업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만 견지할 뿐 구체적인 대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전략이라면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그사이 싸늘해진 민심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심희진 과학기술부 edg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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