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불황형 소비’ 확산
대형마트도 마감할인에 몰두
“30%는 넘게 깎아야 팔려”
18시 이후 고객 비중 35%
1년 전보다 10%P 늘어나
편의점 마감할인도 급증세
대형마트도 마감할인에 몰두
“30%는 넘게 깎아야 팔려”
18시 이후 고객 비중 35%
1년 전보다 10%P 늘어나
편의점 마감할인도 급증세
[사진 = 챗GPT] |
# 주부 박 모씨는 최근 저녁 8시 이후에만 마트를 찾는다. 당일 판매되지 않은 제품을 대폭 할인하는 ‘마감 할인’ 시간대가 이 때이기 때문이다. 1년 전만 해도 저녁 시간대에 가면 여유롭게 할인 상품을 담았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사람이 많이 몰려 ‘득템’ 경쟁이 치열하다.
고물가와 내수 침체 장기화로 제품 가격을 정상가보다 대폭 낮추는 ‘마감 할인’ 때에만 사람이 몰리는 ‘불황형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소비심리가 한껏 위축된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유통업계는 ‘고육지책’으로 마감 할인에 매달리는 상황이다. 올해는 내수 침체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돼 마감 할인의 ‘슬픈’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마트 할인 행사에만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사진은 최근 서울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강서점에서 고객들이 ‘절호의 특가’ 제품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 = 홈플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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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할인을 10% 정도 해서는 안 되고 30%는 넘게 깎아야 (고객이) 움직인다”면서 “마감 할인 때에만 불티나게 팔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마트와 슈퍼·편의점 등 유통업계에선 마감 할인 고객이 늘고 있다. 통상 마트에서는 주로 폐장 2~3시간 전에 마감 할인을 진행한다. 수산, 축산, 델리 등 신선도에 민감한 상품 가운데 신선도에 문제가 없지만 당일 판매가 원칙인 제품이 대상이다.
이마트도 마감 할인 때 사람이 몰리기는 마찬가지다. 이마트는 오후 8시부터 마감 할인을 시작한다. 할인율은 최대 40%로 각 점포가 그날 재고 상황에 따라 시행한다.
이달(1~13일) 마감 할인이 진행된 오후 8~11시에 고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5.4% 늘었다. 작년 한 해를 전체적으로 봐도 마감 할인 시간에 이마트를 찾은 고객이 직전 연도(2023년)보다 4% 증가했다. 지난해 어획량이 줄어 가격이 오른 갈치·오징어 등 수산 식품, 삼겹살이나 닭꼬치 등 델리 구이류는 마감 할인 매출이 10% 이상 증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산물과 식음료 가격이 워낙 많이 오르다 보니 인상된 가격에 대한 저항이 심하다. 할인을 기다려서 사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저임금, 높은 주거비 등으로 지갑이 얇아진 청년들은 편의점 마감 할인 상품을 애용한다.
GS25 우리동네편의점 애플리케이션. [사진 = GS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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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마감 할인 매출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편의점 GS25의 마감 할인 상품 매출은 작년 한 해 동안 5배 이상 늘었다. 이 회사의 마감 할인 서비스는 2023년 11월 시작됐는데, 모바일 앱 ‘우리동네GS’를 통해 유통기한이 임박한 도시락, 샌드위치, 김밥, 주먹밥 등을 최대 45% 할인받고 구매할 수 있다. 유통기한이 3시간 이하인 상품은 앱에 마감 할인 상품으로 등록되는데, 이를 앱에서 미리 구매한 뒤 정해진 매장에서 가져가는 방식이다.
GS25에 따르면 지난해 마감 할인 상품 누적 판매량은 52만개에 달한다.
편의점 CU는 ‘포켓CU’ 앱을 통한 마감 할인 판매가 지난해에 2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다른 업체도 마감 할인 매출이 연 10%대 성장했다.
30대 직장인 권혁준 씨는 “마감 할인을 적극 이용하면 한 달에 10만원가량 밥값을 아낄 수 있다”면서 “앱에서 수시로 검색할 수 있어서 식비 절약을 위해서는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홈쇼핑도 마찬가지다. 유통기한 임박, 리퍼, 전시 상품을 초저가에 판매하는 롯데홈쇼핑 ‘창고털이’ 상품 매출이 급증했다. 2017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창고털이’는 TV홈쇼핑 전시 상품을 비롯해 유통기한 임박, 방송 종료, 이월 상품 등을 최대 90% 할인 판매하는 행사다.
고물가가 장기화되며 지난해 주문 건수는 2023년과 비교해 40% 증가했다. 특히 의류, 가전 등 생활 소비재 마감 할인 때는 제품이 초고속 품절된다.
악화된 소비심리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 유통업계는 올해에도 ‘할인’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소매유통업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대한상공회의소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올해 1분기 77로 3개 분기 연속 하락했다. RBSI가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업태별로는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 모든 업체에 걸쳐 경기전망지수가 전 분기보다 하락했다.
잇따른 물가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9∼2020년 0%대에서 2021년 2.5%, 2022년 5.1%, 지난해 3.6%로 고물가 흐름이 이어졌다. 게다가 기후 인플레이션까지 겹쳐 과일 등 농수산물이 가격이 오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가전·의류에 대한 가격 민감도가 높았는데, 요즘은 상시 구매하는 식음료와 생활용품에 대해서도 고객들이 할인된 제품을 찾아서 마트는 최저가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에 할인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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