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최대 도시 칸유니스에서 한 피란민 아이가 식수를 얻기 위한 물통을 들고 폐허가 된 거리를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오는 19일(현지시간) 발효되는 휴전 협정에 15일 합의하면서 15개월간 막대한 인명 피해가 이어졌던 가자지구에서 470일 만에 포성이 멎게 됐다. 수만여명이 숨진 뒤 어렵사리 성사된 휴전이지만, 42일간의 1단계 휴전 기간에 종전 등과 관련한 쉽지 않은 협상이 남아 있어 당분간 ‘불안한 평화’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미국, 카타르, 이집트 등 휴전 중재국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42일간 교전을 멈춘 뒤 인질과 수감자를 맞교환하고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와 종전을 논의하는 3단계 휴전안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하마스도 합의 성사 사실을 알리며 중재국에 사의를 표했다.
이로써 2023년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보복 공격을 단행하며 1년 넘게 이어진 피비린내 나는 무력 충돌은 일단 멈추게 됐다. 레바논과 예멘, 이란 등지로 확전일로를 걷던 중동 정세도 분기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막판까지 휴전을 둘러싼 진통은 계속됐다. 각국의 휴전 합의 발표 이후에도 이스라엘 총리실은 하마스가 세부 합의사항을 위반하려 한다며 16일 오전으로 예정됐던 휴전안에 대한 내각 표결을 지연시켰다. 하마스는 합의를 어긴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내 전쟁을 끝내기 위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휴전을 압박해 왔고, 트럼프 당선인도 자신의 취임식 이전 휴전할 것을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휴전을 “끈질긴 외교전의 결과”라고 평가한 반면,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이 재선에 성공한 덕이라고 주장했다.
☞ 미국 현·미래 권력 ‘쌍끌이 압박’···바이든 요구 뭉개온 네타냐후, 트럼프 등판에 입장 바꿨나
https://www.khan.co.kr/article/202501161129001
합의안에 따르면 휴전은 총 3단계로 이뤄지며, 6주(42일)간의 휴전 1단계에선 양측이 교전을 멈추고 이스라엘 인질 33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1000여명을 단계적으로 맞교환한다. 1단계에 석방되는 인질은 미성년자, 여성, 50세 이상 남성, 부상자 등으로, 이스라엘은 민간인 인질과 여군 인질 1명당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각각 30명, 50명씩 석방하기로 했다.
아울러 휴전 1단계 기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인구 밀집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병력을 철수하며, 가자지구를 남북으로 가르는 넷자림 회랑에서도 철수해 가자 북부 피란민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이밖에 매일 600대 분량의 구호 트럭이 가자지구로 진입할 예정이다.
양측은 휴전 돌입 16일째부터 남은 인질 석방과 종전, 이스라엘 완전 철군 등 핵심 의제를 포함하는 휴전 2단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휴전을 연장하기 위해선 1단계 42일 안에 2단계 쟁점에 합의를 이뤄야 한다. 이번 협상 막바지까지 최대 쟁점이었던 가자지구와 이집트 접경 필라델피 회랑에서의 이스라엘군 ‘완전 철수’ 문제도 이 단계에서 재논의될 전망이다.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피란민들이 당나귀가 끄는 수레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5개월 넘는 전쟁 기간 중 휴전은 2023년 11월 말 성사된 일주일간의 일시 휴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이날 합의 성사로 가자지구에 포성이 비로소 멈추게 됐으나, 보증 기간이 42일짜리인 ‘조건부 평화’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합의안에 명시된 교전 중지 기간이 1단계 42일뿐인 데다, 2단계 이행 과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전쟁이 다시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중재국들이 합의를 성사시키기 위해 이스라엘군 완전 철수나 종전 약속 등 양측이 극명하게 대립해온 민감한 쟁점들은 합의문에 담지 않고 2단계 사안으로 논의를 미룬 상황이라, 이후 당사자들이 얼마나 의지를 보일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이스라엘정책포럼의 마이클 코플로 연구원은 “결국 트럼프의 의지가 이스라엘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이 1단계 합의에 만족하고 손을 뗀다면 휴전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매일 계속되는 공습과 기근, 죽음의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온 가자지구 주민들과 가족의 생사도 모른 채 재회를 기다려온 인질 가족들은 ‘불안한 합의’에도 희망을 걸었다. 국제사회도 대규모 파괴와 희생 끝에 뒤늦게나마 휴전이 성사된 것을 환영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계엄, 시작과 끝은? 윤석열 ‘내란 사건’ 일지 완벽 정리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