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면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세금이 낮다. 그렇지 않으면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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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증산을 통한 유가 하락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하며 유가가 출렁였지만, 사우디 측이 두바이유 생산량을 추가로 늘릴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왔다.
대신증권은 두바이유 증산을 주문한 트럼프 대통령의 본심은 유가 하락이 아닌 사우디의 대미 투자 증액이라고 3일 분석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두바이유는 사우디의 재정균형유가를 하회 중으로 향후 4년간 적자폭이 확대될 경우 부채만 최대 1500억 달러(약 218조원) 발행해야 한다"며 사우디가 증산하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아울러 "주적인 이란과 시아파 벨트가 이스라엘에 의해 와해한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안보 카드(공격용 군사 무기 판매 허가) 역시 사용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 1기에 행해졌던 '배신'도 사우디로서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라고 강조했다. 최 연구원은 "2018년 5월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핵 합의 탈퇴 및 대러 제재 강화에 따른 공급 부족을 이유로 사우디·UAE(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 등 걸프 3국에 증산을 요구했다"며 "그러나 같은 해 11월 미국이 이란산 석유 제재 유예 기간을 연장하고, 러시아에 대한 SWIFT 배제 조치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 밝히면서 유가가 급락했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대미 투자 증액이라고 분석했다. 사우디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로 압박하면서 사실은 다른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했다는 것.
최 연구원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하락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도 사우디의 대미 투자 계획과 관련해 향후 4년간 0.6조 달러에서 1조달러 수준으로 더 증액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며 "2026년 11월인 중간선거까지 남은 기간을 고려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지금은 유가 발 물가 안정보다 미래 고용을 위한 외자 유치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가가 떨어지더라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를 방해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최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약간의 허세와 언론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은 그의 워딩이 아닌 본심을, 언론의 공포 메시지가 아닌 실제 수급 방향을 바라봐야 하는 때"라며 투자 유의를 당부했다.
배한님 기자 bhn2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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