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금)

    이슈 공식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언론사 단전·단수 사건’ 경찰로 돌려보낸 공수처···“수사만 지연시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건물 앞에서 지난달 22일 취재진이 오동운 공수처장을 기다리고 있다. 정효진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찰과 경찰로부터 ‘사건 이첩요청권’을 행사해 넘겨받은 ‘언론사 단전·단수 사건’ 등을 경찰에 다시 넘기기로 결정했다. 12·3 비상계엄 당시 경향신문 등 일부 언론사에 대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단전·단수 지시가 실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직권남용 혐의나 내란 혐의 적용이 어려워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애초에 충분한 법리 검토 없이 무리하게 사건을 넘겨받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3일 이 전 장관이 계엄 선포 직후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경향신문과 한겨레, MBC 등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에 협조하라고 지시한 사건을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수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12월18일 이첩요청권을 발동해 검·경으로부터 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과 이 전 장관 사건을 넘겨받았다. 이날 결정으로 공수처는 검·경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지 40여일 만에 경찰로 사건을 다시 돌려보내게 됐다.

    공수처는 지난달 14일부터 허 청장 등 소방청 관계자를 잇따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후 2주 넘게 이 전 장관 조사를 하지 않으면서 의구심을 자아냈다. 공수처는 ‘법리 검토 중’이라는 취지로만 설명해왔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공수처는 최근 공수처에 이 전 장관의 단전·단수 지시 사건을 수사할 권한이 없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는 수사할 수 있지만 내란 혐의는 수사할 수 없다. 윤 대통령 수사와 마찬가지로 공수처에 수사권이 있는 직권남용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 확장해 내란죄 수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전 장관의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는 실제 이행되지 않아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는 직권남용 혐의는 수사가 불가능한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직권남용 혐의의 ‘관련 범죄’로 보고 내란 혐의로 타고 들어가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긴 것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앞서 기자와 통화하면서 “소방청에서 실제 단전·단수 행위를 했어야 이 전 장관이 휘하 공무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만든 것이 된다”며 “(실행이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무리하게 욕심을 부려 사건을 넘겨받았다가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채 수사만 지연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애초 직권남용에서 내란죄로 넘어가 수사를 하려던 것 자체가 수사기관별 수사권을 구분한 입법 취지를 훼손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전 장관의 직권남용 및 내란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는 반론도 있다. 한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 전 장관이 직원에게 단전·단수와 관련한 검토 등 조치를 지시했다면 직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실행되지 않았더라도) 이 전 장관이 위헌·위법한 계엄의 실행 행위라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면 내란 혐의 적용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계엄, 시작과 끝은? 윤석열 ‘내란 사건’ 일지 완벽 정리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