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9년 6월 29일 G20(주요 20국) 정상회의가 열린 일본 오사카에서 별도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만난 모습. /A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지난달 24일 “에너지 분야에서 트럼프는 중국에게 유용한 바보(useful idiot)”라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최근 “드릴(drill·시추하다), 베이비, 드릴!”을 외치며 기존 국제 사회의 흐름과는 정반대로 석유 시추 등 전통 화석 연료 산업에 초점을 맞추는 동안, 중국이 친환경 재생 에너지 경쟁력을 강화시키며 전기차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역설을 분석한 것이다.
집권 1기(2017~2021년)에 이어 2기에서도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 정권의 명운을 걸고 있는 트럼프는 무역, 기술, 군사 등 각종 정책 분야에서 중국에 최대한의 압박 전략을 쓰고 있지만, 오히려 중국의 글로벌 경쟁력을 곳곳에서 강화시켜 주는 아이러니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는 평가다.
화웨이가 작년 11월 공개한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70'. /화웨이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트럼프가 제재한 화웨이의 부활
트럼프 1기 상무부는 2019년 중국 최대 IT기업 화웨이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화웨이의 미국 내 5G 네트워크 장비가 중국 군부의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수 있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세계 선두를 달리던 중국의 5G 기술 개발을 억제하려는 이유도 있었다. 미국은 물론 외국 제조업체들까지 화웨이에 반도체를 판매하지 못하게 했다. 화웨이 설립자 런정페이의 딸이자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멍완저우는 미국의 제재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캐나다 공항에서 체포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의 지원과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로 화웨이는 부활했다. 2023년 연간 매출의 23%에 달하는 약 1647억위안(약 32 조원)을 R&D에 투자했고 자체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했다. 2024년 화웨이 매출은 약 8600억위안(약 170조원)으로 전년 대비 22% 증가하며 트럼프의 제재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 국제 시장 점유율 감소는 내수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을 빼앗으며 만회했다. 2024년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점유율(18%)은 트럼프 제재 이후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하며 애플(17%)을 제쳤다.
중국의 AI모델 딥시크. /게티이미지코리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화웨이 선례 따라가는 ‘딥시크 충격’
중국의 첨단 기술 발전을 억제하기 위한 트럼프 1기의 광범위한 수출 통제와 제재는 반도체와 수퍼컴퓨터 등 AI(인공지능) 관련 핵심 기술에 대한 중국 AI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미 상무부는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을 제재 명단에 올렸고, 이는 AI모델 훈련에 필요한 GPU(그래픽 처리 장치) 같은 고성능 반도체의 중국 수출 제한으로 이어졌다.
2021년 트럼프 행정부는 민주당 조 바이든 행정부로 정권 교체 됐지만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이라는 미국의 국가적 정책 기조는 더욱 강화됐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엔비디아(NVIDIA) 같은 미국산 고성능 GPU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며 중국 기업들의 AI모델 개발에 필요한 핵심 자원을 차단하려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조선일보DB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글로벌 소프트 파워, 미국 빠진 자리에 중국?
트럼프는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를 앞세워 1961년 설립 이래 60여년간 미국의 국제 원조를 책임지며 글로벌 소프트 파워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국제개발처(USAID) 해체 작업을 가속화 하고 있다. 정부 예산 삭감을 주장하며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해 온 트럼프는 “미국이 외국에 돈을 퍼주는 것이 우리 이익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주의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인 지난달 20일 미국의 대외 원조 프로그램을 90일간 전면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당시 국무부는 “우리가 쓰는 모든 달러는 미국을 더 번영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머스크 역시 미국의 개발도상국 지원 등 해외 원조를 가장 먼저 철폐해야 할 낭비성 예산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