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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5 (토)

"오빠 오늘 저랑 밥 먹어요" 판치는 '로맨스 사기', 日 피해액 2조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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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 News1 DB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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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김경민 특파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재산을 속여 빼앗는 사기 피해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피해액은 2000억엔(약 1조9097억원)에 육박하며 미국과 영국도 심각한 상황이다. 조직화된 범죄가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면서 국가 간 공조 수사도 활발해지고 있다.

7일 일본 경찰청이 정리한 2024년 범죄 동향에 따르면 사기 전체의 피해액은 3074억엔에 달했다. 특히 허위 광고로 속이는 'SNS형 투자 사기'와 연애 감정을 이용하는 'SNS형 로맨스 사기'가 두드러졌다. 특수 사기를 포함해 SNS 등이 관련된 사기 피해는 약 1990억엔(잠정치)으로 전년 대비 2.2배 증가했다.

사기 피해가 급격히 악화된 배경에는 범죄의 모든 과정이 인터넷 공간에서 완료될 수 있게 된 것이 있다.

사기 그룹은 유명인을 사칭한 SNS상의 가짜 광고나 다이렉트 메시지(DM)로 피해자에게 접근한다. "확실한 이익이 보장된다" "만나고 싶으니 여행비를 보내달라" 등으로 대상을 속인다. 피해액은 인터넷 뱅킹이나 암호화폐(가상자산)로 송금하도록 유도된다.

경찰 한 간부는 "디지털화로 편리해진 서비스를 범죄 조직이 악용하고 있다"며 "제3자의 감시가 어려워 피해를 사전에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상황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는 2023년 투자 사기 피해가 약 45억달러(6조5155억원)에 달했다. SNS로 인간관계를 구축하고 암호화폐 투자를 권유하는 수법이 일본과 공통적으로 자주 발생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SNS를 통해 알게 된 상대에게 연애 감정을 가지게 한 뒤 속이는 로맨스 사기가 확산되고 있다.

국제적인 조직은 SNS 사기로 얻은 자금을 다른 불법 활동에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인신매매나 마약 유통 등 재산뿐 아니라 생명과 신체를 위협하는 범죄가 확산될 우려도 있다.

2023년 일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내무·안전 담당 장관 회의에서 국경을 넘는 조직적 사기 대책이 처음으로 논의됐다. 지난해에도 영국과 일본에서 국제 회의가 열려 동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 국가들도 참여했다. 사기 그룹의 추적·적발을 위한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 서비스법, 영국은 온라인 안전법 을 통해 플랫폼 사업자에게 신속한 대응을 의무화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관련법을 논의하고 있다.

호시 슈이치로 도쿄도립대 교수는 "SNS는 이미 사회 인프라"라며 "범죄 도구로 사용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사업자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삭제 요청에 대한 신속한 대응, 부적절한 이용이 확인된 계정의 정지 등에 더욱 힘써야 한다"면서 "대책 강화를 촉진할 법 정비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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