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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여인형-노상원, 계엄前 ‘부정선거 조사’ 부하들에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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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유튜버 영상’ 보내 검증 지시

檢 ‘尹, 계엄명분 쌓기 의혹’ 수사

12·3 비상계엄 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방첩사와 정보사 관계자들에게 부정선거 의혹이 담긴 극우 유튜브 영상을 지속적으로 보내면서 검증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군 관계자들은 “부정선거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보고했지만 검증을 계속 강요당해 스트레스가 심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이 두 사령관에게 영상을 건네고 검증을 시켜 비상계엄의 명분을 만들려고 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방첩사 관계자들로부터 “여 전 사령관이 지난해 8∼10월경 여러 차례 극우 유튜버의 부정선거 의혹 영상을 보내며 내용을 검증하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첩사는 이미 지난해 5월 “부정선거 의혹은 대법원 판결로 이미 확정됐다. 대부분 실현되기 어려운 주장”이라는 내부 보고서를 만들었는데, 이후에도 여 전 사령관이 지속해서 극우 유튜버 영상들에 대해 검증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방첩사 관계자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턱도 없다. 믿으면 안 된다”며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이 신빙성이 없다고 여 전 사령관에게 강조했지만, 여 전 사령관은 다른 영상들을 추가로 보내며 검증을 계속 지시했다고 한다.

[단독]“부정선거 없다 보고에도, 극우 유튜버 영상 계속 보내며 검증 지시”

[尹 탄핵 심판] 여인형-노상원 ‘부정선거’ 조사 지시
방첩사 간부 “스트레스 너무 받아”
노상원은 정보사에 보고서 요구
부정선거 가능성 담은 내용 받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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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첩사령부의 한 간부는 검찰 조사에서 여 전 사령관의 지속적인 영상 검증 지시에 “말도 안 되는 걸 여러 번 시키니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여 전 사령관이 비상계엄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이 같은 지시를 부하들에게 계속 한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 중이다.

같은 시기 노 전 사령관도 여 전 사령관과 유사한 방법으로 정보사 관계자들에게 극우 유튜버의 부정선거 의혹 영상을 공유하며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노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은 정보사 관계자들은 영상 내용을 그대로 정리한 다음 부정선거 의혹을 사실상 긍정하는 보고서를 작성해 노 전 사령관에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영상을 면밀히 검증해 사실과 다르다고 보고한 방첩사 관계자들과 달리 정보사 관계자들은 노 전 사령관의 지시를 충실하게 이행한 것이다. 법조계에선 비상계엄 당시 민간인 신분으로 정보사 군인들에게 선관위 군 투입 등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를 활용해 비상계엄의 정당성까지 만들려고 한 혐의까지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 대통령이 여 전 사령관과 노 전 사령관에게 극우 유튜브 영상을 건네고 검증을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는 두 사람의 영상 검증 지시 시기와 방법이 비슷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유튜버 영상을 두 사람에게 동시에 보내고, 교차 검증했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에서도 선관위 군 투입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지시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검찰은 정보사가 비상계엄 때 선관위를 맡은 것도 부정선거 의혹 보고서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신빙성이 없다”는 방첩사와 달리 “부정선거 의혹이 있다”고 인정한 정보사를 더 신뢰하고 이들에게 더 중요한 역할을 맡겼다는 것이다. 노 전 사령관은 선관위 직원들을 체포·구금한 뒤 고문을 통해 부정선거 의혹을 시인할 것을 강요하려고 했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노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후 비선 조직인 합동수사본부의 ‘수사2단’을 실질적으로 지휘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부정선거 의혹을 인정하지 않는 보고서를 받은 여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망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전 방첩사 수뇌부들을 불러 모은 회의 자리에서 “곧 계엄이 시작된다”고 말한 뒤 “문제는 군이 따르겠냔 말이지”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첩사 관계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여 전 사령관이 계엄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갈팡질팡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부정선거 의혹에 동조하는 노 전 사령관과 정보사 쪽을 더 신뢰했을 것”이라며 “더 은밀하고 행하기 어려운 수사2단을 노 전 사령관에게 맡기려고 한 이유도 같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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