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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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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질환 때문에 살해?… 치료회피 심리만 자극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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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초등생 살해 사건 파장]정신의학 전문가들 "혐오에 따른 치료 회피 우려"

    머니투데이

    지난 11일 오후 초등학생 피살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초등학교 정문 옆 담장에 고 김하늘(8) 양을 추모하는 국화꽃과 문구가 놓여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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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초등생 살해 사건의 피의자인 교사가 정신 질환 병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 정신 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번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정신 질환을 범행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인식하는 시각에 우려를 표하면서 치료 회피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회장은 12일 본지와 통화에서 "가해자가 우울증·조현병 등의 질환을 앓고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번 사건은 해당 질환으로 예측할 수 있는 증상하고는 다르다"며 "이번 사건을 정신 질환과 연관 짓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신 질환 하나로만 범죄 행위의 전부를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정신 질환에 대한 혐오가 이어질수록 환자들은 치료를 피하게 된다"며 "모든 정신질환자를 잠재적인 범죄자처럼 보게 되면 주변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 힘들어져 환자들이 고립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신 질환 자체는 치료하면 확실히 개선되며, 일반적 상황에서의 정신 질환은 충분히 치료로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 질환은 특이한 사람만 걸린다는 낙인 때문인지 '나는 정신 질환으로부터 안전할 것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권 교수는 "여타 장기에 생기는 질병처럼, 정신질환 역시 뇌의 병으로 치료해야 할 대상"이라며 "정신 질환은 누구나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정신 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재표출됐다는 해석도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4년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 발표'에 따르면 정신 질환에 대한 인식은 2년 전보다 0.03점 하락했지만 여전히 5점에 가까운 3.12점으로 기록됐다. 5점에 가까울수록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정신 질환 대처법을 안다는 비중도 줄었다.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 방법을 알고 있다'는 비율은 2022년 27.9%에서 2024년 24.9%로 하락했다. 정신건강 관련 기관 인지도도 개선되지 않았다.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인지도는 60.6%에서 58.1%로 줄었고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 인지도는 33.1%에서 23.3%로 떨어졌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인지도만 65.6%에서 66.8%로 소폭 상승했다.

    정신건강 문제 치료 시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는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이 27.2%로 1순위를 기록했다. 비용에 대한 부담감과 치료 기록으로 인한 불이익이 각각 21.1%, 14.3%로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조사 결과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 항목 중 '내가 정신 질환에 걸리면 몇몇 친구들은 나에게 등을 돌릴 것이다'는 인식은 3.19점에서 3.36점으로,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취업 등 사회생활에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은 3.61점에서 3.73점으로 2022년보다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5점에 가까울수록 동의한다는 뜻이다.

    해당 조사에서는 정신 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치료를 방해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보고서는 "정신 질환 발병 시 '주변인으로부터의 소외'에 동의하는 응답은 정신건강 문제를 많이 경험한 사람들일수록 강하게 나타난다"며 "정신건강 문제 발생 시 전문적인 치료를 방해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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