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35조 추경안’ 놓고 공방
與 “무책임한 정부행세 그만”… 野 “민생보다 野 괴롭힐 생각”
20일 국정협의회 추경 논의 험로… “정략 다툼에 골든타임만 허비”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운데)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권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해 “만약 이 막대한 예산이 이 대표의 개인 돈이라면 이렇게 막 썼겠느냐. 자신은 과일값, 빵값이 아까워서 경기도 법인카드를 사용한 사람 아닌가”라고 날을 세웠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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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추경안을 보니 회복한 것은 민주당의 포퓰리즘이고, 성장할 것은 국가부채다.”(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국민의힘은) 시쳇말로 나라 망치자고 하는 일 같다.”(민주당 이재명 대표)
14일 여야 지도부는 추경 편성을 두고 서로를 향한 거친 비판을 쏟아내며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이 대표가 10일 “추경 편성에 꼭 필요하다면 특정 항목을 굳이 고집하지 않겠다”고 제안하자 권 원내대표가 다음 날 “추경 논의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화답하며 좁혀졌던 추경에 대한 간극이 다시 커진 것이다. 정치권에선 여야의 추경 대치가 조기 대선 가능성에 따른 주도권 다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여야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전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추경 동력이 급속히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여야 서로 ‘네 탓’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운데)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을 향해 “추가경정예산에 대해서도 역시 말로는 하자고 하는데 구체적 협의를 해보면 전혀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면서 20일 국정협의회에서 신속하게 논의하자고 촉구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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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여야 간 추경 논의가 지지부진한 탓을 여당에 돌렸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을 겨냥해 “추경을 하지 않고, 국민 경제 나쁘게 만들고, 민생 회복을 지연시켜서 대체 누구에게 이익이 있는 건지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의힘이 추경 편성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지난해 민주당 주도로 감액한 예산의 복원을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예비비, 특경비, 특활비 늘리면 민생경제가 살아나고 경제가 회복되나”라며 “이상한 고집을 부리고 있다. 나라 살림보다는 어떻게 하면 야당을 괴롭힐까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추경안을 자체 편성한 민주당을 향해 “정부 행세를 한다”고 공세를 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작년 12월에는 자기 마음대로 예산안을 삭감해 일방 처리해 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30조 원 추경을 말하더니 그사이에 5조 원이 늘어서 35조 원이 됐다”며 “이 같은 고무줄 추경은 민주당이 국가 예산에 대한 기본적 개념과 책임이 없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를 향해서는 “자기는 과일값, 빵값이 아까워서 경기도 예산, 경기도 법인카드를 사용한 사람 아닌가”라고도 했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상품권 형태의 현금 살포를 통한 이 대표 대통령 만들기가 아니라 국회가 해야 할 본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 “추경 골든타임 지나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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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필요성에 대해 간극을 좁히던 여야가 다시 서로를 향해 비난에 가까운 설전을 벌이는 것은 조기 대선 국면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경안에 포함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13조1000억 원)이 ‘조기 대선용 예산’이라고 의심한다. 이 대표가 지난 총선부터 주장해 온 ‘전 국민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과 지급액 및 방식, 예산 규모가 같기 때문이다.
여야는 추경 편성권을 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추경 논의 열쇠를 쥔 여야 대표 및 국회의장이 만나는 20일 국정협의회에서 추경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하지만 여야가 민생 대신 정략적 행보를 반복하는 사이 추경 골든타임이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경 마련까지는 통상 2개월이 걸린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장 7월부터 쓸 예산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상계엄 이후 소비 관련 지표가 굉장히 나빠진 상황”이라며 “지금 10조 원 규모로라도 신속하게 추경을 편성해서 일단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에게 진통제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는 14일 경쟁적으로 감세 및 규제 완화 정책을 띄우고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상속세 공제 현실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서면 축사에서 “상승한 주택 가격과 변한 상황에 맞춰 상속세를 현실화하자는 주장이 나온다”며 상속세 완화론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은 이날 재건축촉진법 제정안과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안 등 ‘건설경기 활성화 2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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