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20대 남녀의 사랑은 뜨겁다. 가난마저 이들을 막지 못할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넷플릭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넷플릭스 바로 보기 | 15세 이상
남녀가 우연히 만난다. 알고 보니 고향이 같다. 동갑으로 바로 친구가 된다. 특별한 우정을 나누면서도 서로를 힐끔힐끔 바라본다. 눈치 못 채게 짝사랑들을 한다. 친구끼리 사랑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건 금기인 것처럼.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의연한 척 보이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시간이 꽤 흐르자 자연스레 사랑에 빠져든다. 이 사랑 오래갈 수 있을까.
①사랑과 우정 사이 사랑을 택하다
팡샤오샤오는 저주처럼 자신을 따라다니는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다. 하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넷플릭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남자 린젠칭(징보란)과 여자 팡샤오샤오(저우동유)는 ‘흙수저’다. 고향을 떠나 베이징에서 꿈을 먹고 산다. 굳이 따지자면 린젠칭의 형편이 좀 낫다. 대학 졸업장이 있고, 고향에서는 아버지가 허름한 식당을 한다. 팡샤오샤오는 고교 졸업 후 생업에 뛰어들었고 혼자나 다름없다.
지방 출신 가난한 청춘들에게 베이징살이는 만만치 않다. 린젠칭은 정보통신업계 거물이 돼 큰 부를 일구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으나 현실은 컴퓨터 관련 제품 판매다. 그 자리마저 지키지 못한다. 결국 거리에서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품을 팔거나 야한 동영상을 판다. 팡샤오샤오는 돈도 이력도 학력도 없으니 남자에게서 미래를 찾는다. 조건 좋은 이성을 만나 결혼을 하고 싶으나 매번 사랑은 무산된다.
②가난이 열정과 환멸을 부를 때
린젠칭과 팡샤오샤오는 가난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시고, 빈곤을 반찬 삼아 밥을 먹는다. 어쩌면 그들 삶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였을지 모른다. 넷플릭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가난이 두 사람을 옥죄지만 어쩌면 빈곤이 두 사람을 이어준 건지 모른다. 가난하기에 서로 의지할 곳을 찾다가 감춰둔 연정이 있던 상대에게 옆자리를 내줬으리라. 하지만 린젠칭과 팡샤오샤오는 결국 이별을 한다. 지긋지긋한 가난이 서로를 향한 열정을 식힌다.
영화는 헤어진 두 사람이 춘절(설)을 앞두고 공항에서 우연히 만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춘절을 보내기 위해 고향으로 향하던 열차 안에서 10년 전 처음 만난 것처럼 말이다. 이제는 하나가 될 수 없는 둘의 회한 어린 회고가 화면 대부분을 차지한다.
③이뤄질 수 없는, 아픈 청춘의 사랑
두 사람은 가난했기에 더 서로를 원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가난은 결국 이별의 씨앗이 된다. 넷플릭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두 사람의 현재는 흑백으로 묘사된다. 과거는 컬러로 표현된다. 과거는 흑백으로 현재는 컬러로 그려내는, 보편적인 방식을 피했다. 린젠칭과 팡샤오샤오의 인생에서 가장 화려했던 시절은 서로를 사랑했던 때라는 걸 영화는 색감을 통해 강조한다. 가진 것 없고 미래는 암담했던 청춘이 오히려 인생의 화양연화였음을 두 사람은 나이가 들고서야 깨닫는다.
2000년대 중국이라는 때와 장소를 바꾸면 세계 어디에서든 변주될 수 있는 이야기다. 한국에도 일본에도 미국에도 영국에도 가난이라는 현실에 주저앉았다가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누군가를 사랑하는 청춘들은 허다할 테니까. 어느 시절이든 세상은 대다수 젊은이들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을 테니까. 청춘을 돌아볼 나이가 된 이든 뜨겁게 20대를 돌파하고 있는 이든 모두 마음에 파장이 오래 남을 영화다.
뷰+포인트
2018년 공개됐던, 제법 오래된 영화다. 연애 후일담이 흔하디 흔하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영화 소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배우 구교환과 문가영 주연으로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82년생 김지영’(2019)으로 관객 367만 명을 모은 김도영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원작 영화는 대만 감독 류뤄잉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 감독과 류뤄잉 감독은 여성이라는 점과 배우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류뤄잉은 가수로 더 유명하다). 영화는 류뤄잉의 단편소설 ‘춘절, 귀가’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100%, 시청자 90%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