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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3 (토)

    위고비 쓴 집은 술·담배 지출도 줄었네... "중독성 소비에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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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코올 4.7%P, 담배 17.8%P 더 줄여
    뇌 작용 조절로 소비 패턴 변화 가능성


    한국일보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사가 개발한 비만 치료제 '위고비'.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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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체중 감량을 넘어 술과 담배 지출을 억제하는 등 생활습관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달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비만학회에서 미국 내 위고비 사용 가구와 비(非)사용 가구의 식료품, 주류, 담배 지출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 회사 연구팀은 미국 소비자 패널 조사를 활용해 2024년 4월부터 2025년 4월까지 3개월마다 1년 단위 가계 지출 증감률을 비교했다. 가구원 중 1명 이상이 위고비를 사용하는 3,845가구와 가구원 누구도 비만약을 사용하지 않는 2만4,129가구를 대상으로 했다.

    연구 결과, 전체 식료품 지출의 연간 증감률은 위고비 사용자 그룹이 비사용자 그룹 대비 1.1%포인트 낮았다. 다만 노보노디스크가 공개한 연구 결과 포스터에 구체적인 증감률은 표시되지 않아 위고비를 사용했을 때 식료품 지출이 얼마나 줄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특이한 점은 식료품뿐 아니라 알코올과 담배 지출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위고비 사용자 그룹의 연간 알코올 지출 증감률은 비사용자 그룹에 비해 평균적으로 4.7%포인트 낮았다. 예를 들어 가장 최근 조사인 올해 4월 조사에선 비만약 사용 가구의 알코올 지출은 1년 전에 비해 12.2% 감소한 반면, 비사용 가구는 0.7% 증가해 12.9%포인트 차이가 났다. 담배 지출 증감률 역시 비만약 사용 가구에서 평균 17.8%포인트 더 낮았다.

    이 같은 결과는 비만 치료제가 뇌의 보상회로를 조절해 중독성이 강한 재화의 소비 패턴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소비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 주성분)가 행동과 사회에 미치는 폭넓은 영향에 대한 근거 공백을 보완할 수 있었다"며 "체중 관리를 위한 세마글루타이드 사용이 알코올과 담배 소비 감소와 연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선 위고비 사용 가구와 비사용 가구 간 수입 차이도 확인됐다. 1년 수입이 12만5,000달러(약 1억8,400만 원) 이상인 가구 비중은 위고비 사용 그룹에서 46.6%인 반면, 비사용 그룹에선 38.3%였다. 값비싼 비용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소득 가구에서 비만약 접근성이 더 높은 결과로 풀이된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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