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불법 침입 퇴거 조치, 필리핀이 도발"
18일 남중국해 스플래틀리 군도 스카버러 암초 인근 상공에서 중국군이 탑승한 헬기가 필리핀 항공기의 이동 경로를 방해하며 내부를 촬영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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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과 필리핀 간 갈등이 ‘공중전’으로 번졌다. 중국 헬기가 순찰 중인 필리핀 항공기 인근에서 위협 비행을 한 게 불씨가 됐다. ‘누구의 바다’인지를 두고 해상 충돌을 이어오던 두 나라가 하늘에서도 팽팽히 맞서면서 남중국해는 극도 긴장에 휩싸였다.
20일 필리핀 PNA통신 등에 따르면 필리핀 해안경비대(PCG)는 필리핀 어업국 소속 항공기가 지난 18일 남중국해 스플래틀리 군도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난사군도 황옌다오) 상공에서 해양 감시 임무를 하던 중 중국 측 헬기로부터 위협을 당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PCG는 “중국 헬기가 약 3m까지 근접했다”며 “무모한 행동으로 조종사와 승객 안전에 위험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항공기에는 어업국 직원과 경비대 대원이 타고 있었다.
제이 타리엘라 PCG 대변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을 보면 중국군 헬기는 두 차례에 걸쳐 필리핀 항공기에 가까이 따라붙었다. 특히 첫 번째 접근 때는 좌측 날개 위와 기체 옆 부분에 닿을 듯 매우 가깝게 접근해 좌우로 움직이다가 멀어졌다. 헬기가 바짝 다가오자 항공기 탑승자들이 놀라는 음성도 담겼다.
당시 필리핀 조종사가 “너무 가까이 있어 위험하고 승객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며 경고했지만 중국군은 이를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리엘라 대변인은 “헬기 프로펠러가 회전하면서 만든 힘(바람) 때문에 (필리핀) 비행기 왼쪽 날개가 밀릴 정도였다”며 “조종사가 항공기를 안정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은 필리핀 항공기가 자국 영공을 불법 침입했다고 주장했다.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남부전구사령부는 PCG 성명 발표 직후 “필리핀 C-208 항공기 한 대가 중국 정부 허가 없이 황옌다오 영공에 침입했다”며 “해·공군 병력을 조직해 법과 규정에 따라 경고하고 퇴거 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필리핀 측의 행위는 중국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국제법과 중국 법규를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중국 고유의 영토인 황옌다오에 대한 군사 도발과 불법 주권 주장을 통해 국제 사회의 인식을 오도하려는 필리핀 측의 시도는 소용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중국군의 위협 비행이 지난 4일 필리핀이 미국과 남중국해에서 공중 연합훈련을 실시한 것에 대한 항의성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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