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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4 (일)

    이슈 미술의 세계

    “미술시장 침체기지만…‘亞 미술 허브’ 서울 잠재력 보고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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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스트 에스더 쉬퍼 대표 인터뷰
    89년 獨서 에스더쉬퍼 설립
    필립 파레노 등 거장들 협업
    서울점 개관 3년만 확장이전
    “다양한 전시 프로그램 기대”


    매일경제

    글로벌 갤러리 에스더쉬퍼 설립자인 에스더 쉬퍼 대표가 서울점에 전시된 전속 작가 전현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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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미술시장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이번 서울점 확장이전은 분명 중대한 결정(big step)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주 무모한 결정(crazy step)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갤러리 에스더쉬퍼의 설립자인 에스더 쉬퍼 대표는 지난 21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로서 서울이 가진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처럼 밝혔다. 1989년 독일 쾰른에서 출발한 에스더쉬퍼는 현재 독일 베를린과 프랑스 파리, 서울에 전시공간을 두고 있다. 서울점은 지난 2022년 서울 이태원동에 소규모 프로젝트 공간으로 처음 문을 열었고, 이후 약 3년 만인 올해 초 서울 한남동에 정식으로 문을 열게 됐다. 최근 미술시장의 침체를 감안하면 눈길을 끄는 행보다.

    하지만 쉬퍼 대표는 “지금 미술시장의 침체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돌아보면 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었고,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의 고객들이 우리 작품에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을 향하게 됐다”며 “한국에 주기적으로 방문하기 시작한 지는 10년 정도 됐고, 2020년에 한국팀을 꾸렸다. 그리고도 정식 전시공간을 여는 데 5년이 더 걸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한국시장 진입에 신중했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새롭게 문을 연 에스더쉬퍼 서울의 공간은 지상 1~4층 규모다. 주택과 의상 쇼룸으로 사용되던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으로, 설계는 미국 뉴욕의 건축가 마커스 도산치가 이끄는 스튜디오 MDA가 맡았다. 1층 윈도우 갤러리를 시작으로 메인 전시장인 2·3층을 지나 옥상까지 나선형 계단으로 연결된 4층 프라이빗 쇼잉룸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각 층은 하나의 방처럼 꾸며져 일반적인 갤러리의 대형 화이트 큐브 전시공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쉬퍼 대표는 서울점을 통해 다양한 전시 프로그램을 폭 넓게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전시 기획은 갤러리와 작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작업”이라며 “서울점의 특색 있는 공간과 새로운 환경이 여러 작가들에게 굉장히 큰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첫 전시로는 서울점 정식 개관을 맞아 우고 론디노네, 마틴 보이스, 아니카 이 등 주요 파트너 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소개하는 그룹전을 25일부터 3월 8일까지 연다.

    매일경제

    최근 서울 용산구 한남동으로 확장 이전한 글로벌 갤러리 에스더쉬퍼 서울 전경. 에스더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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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전시공간은 유망한 한국 작가를 영입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쉬퍼 대표는 “한국에 올 때마다 한국작가들의 작업실을 방문하는 등 우리와 함께할 한국작가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작가만의 독창성도 중요하지만, 한국이라는 맥락을 벗어나서도 보편적으로 이 작가의 작품 세계를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가를 가장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재 한국작가 영입을 위한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때가 되면 상세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2023년 에스더쉬퍼는 서울과 베를린에서 한국작가 단체전을 동시 개최하고, 참여 작가 중 수채화가인 전현선 작가와 지난해 베를린에서 개인전을 열면서 전속 파트너십을 맺었다. 현재로서는 에스더쉬퍼가 영입한 유일한 한국작가다. 쉬퍼 대표는 “전 작가는 전통적인 한국의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작업에 사용하는 모티브는 굉장히 국제적이어서 어느 문화권에서나 접근이 가능하다는 면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에스더쉬퍼는 중국과 대만에도 직원들이 있지만 아시아 지역에서 운영하는 전시공간은 서울점이 유일하다. 이번 확장이전으로 김선일 에스더쉬퍼 서울 디렉터 역시 파트너 대표로 격상됐다. 에스더쉬퍼는 한국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에도 적극적이다. 오는 4월 10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리는 글로벌 아트페어 ‘아트오앤오(ART OnO)’에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참가한다. 9월 열리는 ‘프리즈(Frieze) 서울’에서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면, 아트오앤오에서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작가들 작품을 집중 소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22년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가 서울에 상륙하면서 이를 전후해 에스더쉬퍼 외에도 한국에 진출한 해외 갤러리들이 비슷한 시기 잇달아 서울에 지점을 내거나 공간을 확장했다. 화이트큐브와 페이스갤러리, 타데우스로팍, 리만머핀, 글래드스톤, 페로탕, 페레스프로젝트 등이다. 세계 최대 갤러리로 꼽히는 가고시안은 지난해 데릭 애덤스 개인전으로 한국에서는 처음 전시를 선보였고, 올해도 새로운 전시를 계획 중이다. 스위스 갤러리 에바프레젠후버는 미국 뉴욕점을 닫고 지난해 서울에 갤러리 P21과 협업하는 전시공간을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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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 에스더쉬퍼 설립자인 에스더 쉬퍼 대표가 서울지점을 확장 이전한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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