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총재를 지낸 한 인사는 과거 사석에서 한국 경제가 직면할 수 있는 다양한 위기 상황 중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 적이 있다. 4천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쌓아놓고 있어도 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여전히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조정 여부까지 고려해가며 기준금리를 정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의사봉 두드리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국내 경기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외환시장의 불안감도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다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내렸다. 1,430원을 오르내릴 만큼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불안하지만 그런데도 한은이 작년에 이어 금리인하를 재개한 것은 추락하는 우리 경기의 상황 악화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한은은 이날 금리인하와 함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1월에 전망했던 1.9%에서 1.5%로 0.4%p나 내렸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정부 등이 내놓은 전망치보다 낮은 수준이다. 올해 첫 달부터 수출은 감소세로 돌아섰고 청년층 취업자는 4년 만에 가장 큰 규모로 줄었다. 물가는 오르고 소비 심리나 기업들의 체감지표는 여전히 위축된 상태다. 나라 밖에서도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에 관세를 물리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EPA=연합뉴스] |
이제는 공이 정부로 넘어갔다. 재정정책이 바통을 이어받아 경기의 불씨를 살려 나가야 한다. 여야정이 머리를 맞대고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논의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성장률을 0.2%p 정도 올릴 15조∼20조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촉구했지만 정치권의 협의는 진전되지 않고 있다. 여야정 대표가 만나는 국정협의회는 추가 협의를 통해 추경뿐 아니라 반도체특별법, 연금개혁 등에 합의를 도출해내야 한다.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래픽] 한미 기준금리 추이 |
hoon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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