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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3 (토)

    이슈 미술의 세계

    일본에서 버린 스티로폼 다시 일본으로... 재활용은 친환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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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디자인 회사 '위플러스(We+)' 대표
    도시야 하야시 "폐스티로폼 환경 문제"
    "지속가능한 재료와 생산 혁신은 필수"
    한국일보

    일본 디자인 회사 '위플러스'가 먹지 못하고 버려지는 김을 활용해 만든 조명 '레스, 라이트, 로컬(Less, Light, Local)'. ⓒMasayuki Hayas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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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 한 번의 클릭으로 다음 날 문 앞에 제품이 도착하는 세상에 살고 있죠. 그러다 보니 제품 제작 과정은 점점 블랙박스처럼 돼 가고 있어요."

    '친환경 디자인'의 선두주자인 일본의 '위플러스(We+)'의 도시야 하야시(45) 대표는 제품의 공정에 이 같은 의문을 품었다. 인공 재료로 복잡한 공정을 거쳐 탄생한 제품은 결국 막대한 쓰레기가 되는 게 현실이다. 위플러스는 혁신 소재를 이용한 친환경 디자인 제품으로 유명하다. 버려지는 김을 활용해 조명을 만들고, 쓰고 버린 스티로폼으로 가구를 만든다. 2일 막을 내린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연사로 참여한 그에게 서면으로 친환경 디자인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물었다.

    김, 폐스티로폼을 재료로

    한국일보

    '위플러스'가 일본 도쿄에서 수거된 폐스티로폼으로 만든 테이블과 스툴. ⓒMasayuki Hayas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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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플러스는 기존 재활용 가능 제품을 친환경으로 보지 않는다. 재활용 과정이 복잡하다면 환경에 유해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한 번 쓴 스티로폼을 재사용하려면 기나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공장에서 녹인 폐스티로폼은 잉곳(ingot·주괴) 형태로 만들어져, 유럽과 동남아로 수출된다. 해당 국가에선 이를 더 작은 알갱이(과립)로 가공한 후, 중국으로 재수출한다. 이는 다시 중국에서 값싼 플라스틱 제품의 원료로 사용된다. 이 제품은 고국(일본)으로 돌아와 다이소와 같은 100엔숍에서 판매된다. 도시야 대표는 "폐스티로폼은 재활용률은 높지만,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국가 간 운반한다는 것 또한 환경적으로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위플러스가 선보인 '리폼(Refoam)' 시리즈는 일본 밖으로 반출되기 전 폐스티로폼을 이용해 스툴과 테이블 등 가구로 만든다. 도시야 대표는 "이 프로젝트는 재활용 과정을 단순화하고, 스티로폼에 전혀 다른 가치를 부여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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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플러스'는 폐기 재료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모색하는 일본의 디자인 회사다. 먹지 못하고 버려지는 김을 활용해 설치 미술 작품을 만드는 모습. 위플러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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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디자인 회사 '위플러스'가 먹지 못하고 버려지는 김을 활용해 만든 설치 미술 작품, '레스, 라이트, 로컬(Less, Light, Local)'. ⓒMasayuki Hayas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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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플러스의 '레스, 라이트, 로컬(Less, Light, Local)'의 재료는 상업성이 떨어져 폐기되는 노리, 일본식 김이다. 김에서 종이의 대용품으로써의 가능성을 보고, 이를 내구성 있게 처리해 조명이나 설치 미술 작품으로 제작했다. 김의 성긴 짜임 사이로 푸르스름한 빛을 내는 조명이 인상적이다. 현대적 디자인이 돋보이는 조명 '렘리(Remli)'의 주재료 역시 쓰레기다. 폐기물 처리장에서 재사용이 불가능해 매립해야 하는 쓰레기의 파편과 잔해를 갈아, 흙과 섞은 뒤 조명 기구 겉에 도포했다.

    도시야 대표는 "널리 사용되지 않거나 간과한 재료에 집중해 새로운 가능성과 관점을 제시하는 게 우리 디자인의 목표"라며 "주변 환경과 밀접한 공존을 구축하는 대안적 디자인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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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디자인 회사, '위플러스'의 디자이너들이 자신들이 제작한 조명을 들어 보이고 있다. 조명 '렘리(Remli)'는 도쿄 외곽 폐기물 처리장에서 재사용되지 못하는 쓰레기의 파편과 잔해를 갈아 만들었다. ⓒGiuseppe De 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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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 디자인, 미학과 내구성이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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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디자인 회사, '위플러스'의 조명, '렘리(Remli)'. ⓒGiuseppe De 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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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은 만듦새가 조악하다는 편견에도 맞선다. 도시야 대표는 "미학과 내구성이 부족한 친환경 디자인의 시대는 끝났다"며 "환경을 생각하면서도 소비자들에게 진정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디자이너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디자인이란 말이 모순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무언가를 생산하는 행위가 태생적으로 환경 파괴적인 데다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그린 워싱'을 하는 경우도 다분하다. 그는 "인간이 만족스러운 삶을 추구하는 한, 제조 활동은 필수적"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재료와 생산 방식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오늘날 디자이너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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