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 '대면인계·동행귀가' 원칙 적용
학부모 "맞벌이라서 돌봄교실 신청한 건데"
교사 "출석·귀가 20~30분 소요될 것"
이날 교육부는 17개 시·도부교육감과 '신학기 준비 점검단 회의'를 열고, 가칭 '하늘이법' 입법 상황과 안전한 학교 환경 조성을 위한 추진 계획 등을 논의했다. 이달 4주까지 매주 점검회의를 열고 신학기 주요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과제를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교원의 정신건강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동시에 올 1학기부터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을 통합한 '늘봄학교'에 참여하는 초등학교 1·2학년 학생은 대면인계·동행귀가를 원칙 적용하기로 했다. 교실 밖부터 귀가할 때까지 아이 혼자 두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현관·교문 등의 인계 지점까지 학생들이 개별 이동하면 이후 보호자(대리인 등)가 인계해 귀가했는데, 앞으로는 학교 내에서는 늘봄교사 등 교원이 직접 보호자에게 '대면인계'해야 한다. 대전 초등학생 사망사고가 2층인 늘봄교실에서 1층 교문으로 이동하는 사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마련된 조치다. 다만, 보호자가 자율 귀가를 희망하고 자율 귀가 동의서를 작성 및 제출하는 경우에 한해서는 자율 귀가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그러나 이를 놓고 학부모와 늘봄교사, 학원 인솔교사 등 학생 귀가에 관여하는 참여자들이 제각각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학부모 커뮤니티 등에서는 맞벌이 학부모를 중심으로 불만이 나온다. 한 학부모는 "맞벌이라서 돌봄교실을 신청한 건데 오히려 정상 하교하는 아이들은 자율귀가가 되고 돌봄 신청한 경우는 안 된다니 힘들다"며 "픽업해 줄 수 있는 학원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학부모가 강하게 자율귀가를 원할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지침에 대해서도 "하교 후 일이 생기면 학부모 탓인가""라는 등의 반응이 나온다.
늘봄학교 학생들의 하원 지도를 맡은 교사들은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했다. 늘봄전담실장으로 3개교 겸임발령을 받았다는 한 교사는 "학교 내 교사 살인사건으로 안전 문제가 크게 대두돼 수업 출석체크와 귀가지도로 매일 20~30분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국엔 돌봄을 위해 공교육의 질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한 "51학급이 넘는 대규모 학교에서 맞춤형 늘봄 프로그램이 10학급 넘게 개설됐지만, 강사채용·수당지급·안전관리·운영 등을 책임지는 실무자는 늘봄행정실무사 단 1명"이라면서 "그나마 몇몇 학교는 실무자 없이 늘봄실장으로만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각 학교에 늘봄학교 관리자인 '늘봄지원실장'을 배치하고 내년까지 2500명을 두겠다고 한 상황이다. 학교 현장에서 학부모를 대신해 대면인계를 맡게 된 학원들도 난감한 표정이다. 서울의 한 영어학원 차량 인솔교사는 "기존에는 정문에서 아이를 일괄 탑승시켰는데, 앞으로는 학교 안으로까지 들어가서 인계 받게 되면 차에 남은 아이들은 누가 돌보나"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가 조사한 해외 주요국의 초등학생 동행 귀가 운영 현황을 보면 지역·학교별 차이는 있지만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캐나다 등에선 초등학생 저학년은 예외없이 보호자와 동행귀가, 방과후활동은 고학년까지 동행귀가를 적용하고 있다. 특정 연령대 이하 아동을 혼자 두는 것을 '아동방치'로 보고 처벌하는 자치 법규 등을 마련한 사례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들의 특징은 학부모들의 단축근무 등의 여건이 잘 갖춰져있다는 것"이라며 "이는 교육당국 뿐 아니라 관계부처와 논의하고 사회적으로도 합의를 거쳐 발전시켜나가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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