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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일)

이슈 성착취물 실태와 수사

딥페이크·성착취물…미성년 성폭력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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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강두례)는 지난달 6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혐의로 기소된 남성 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들은 2023년 4월 오픈채팅방을 통해 만난 당시 14세였던 피해자 2명을 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피해자들의 경찰 조사 진술을 근거로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의 옷을 강제로 벗기고 목을 졸라 제압하는 등 폭력과 협박을 가했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범행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들이 공판에 출석하지 않아 경찰이 작성한 진술조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되지 않았고, 그 결과 증거로도 쓸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검찰이 피해자들을 증인으로 부르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피해자들이 끝내 출석을 거부하면서 증언 확보도 무산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미성년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 불출석으로 무죄가 선고되는 사건이 적지 않다"고 했다.

미성년자 성폭력 사건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의 법정 출석 없이는 혐의 입증이 어려운 구조로 인해 제대로 된 처벌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미성년자 대상 성폭력 사건 접수 건수는 지난해 8052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5년 전인 4468건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미성년 성범죄 사건은 2021년 5715건, 2022년 6972건, 2023년 7518건으로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미성년 성범죄가 증가하는 주요 원인은 디지털 성범죄 확산이다. 온라인 메신저 등을 통한 성착취물 제작·배포가 수월해지면서 피해 사례가 급증했다.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이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로 분류된다.

딥페이크(인공지능 이미지 합성) 범죄가 대표적 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신고된 딥페이크 범죄 피해자 527명 중 10대가 59.8%(315명)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20대(32.1%), 30대(5.3%), 40대(1.1%) 등 다른 연령대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도 신고 건수가 증가한 배경으로 꼽힌다.

문제는 미성년자인 피해자들이 2차가해와 심리적 충격 등을 우려해 법정 출석을 꺼리는 사례가 많고, 그럴 경우 피해자 진술조서의 증거능력 인정이 어려워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피해자가 출석을 거부하면 검찰은 먼저 설득을 시도한다. 처벌을 위해 필요한 절차란 점을 설명하며 피해자가 법정에 나와서 증언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피고인이 퇴정한 뒤 피해자가 비공개로 증언을 진행하도록 조치하고 피해자가 원하면 재판 진행 상황을 안내하고 재판 동행도 지원한다.

그럼에도 피해자가 계속해서 출석을 거부하면 유일한 대안은 피해자의 진술이 담긴 영상녹화물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재판 단계에서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 특례 규정'(성폭력처벌법 제30조의 2)을 활용해 조사 과정에서 촬영된 피해자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받는 것이다.

다만 요건이 까다롭게 설정돼 있어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사례는 제한적이다. 해당 규정에 명시된 불출석 사유는 피해자의 사망이나 외국 거주 또는 신체적, 정신적 질병·장애, 소재 불명 등이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정신적 장애로 재판에 출석할 수 없는 사유를 적극 소명한 결과 특례 규정을 적용한 사례가 있다"면서도 "법원의 적극적인 해석 없이는 적용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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