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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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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인과 데이트·친구들과 파티 … 요즘 힙한 '프라이빗 상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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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CGV 천안터미널점의 프라이빗 박스. 편안한 분위기의 독립된 룸에서 통창을 통해 극장 스크린에 상영되는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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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 화성의 30대 직장인 장 모씨는 최근 생일을 맞아 친구들과 프라이빗 상영관을 찾았다. 극장 스크린이 내려다보이는 박스 형태의 방 안에서 코미디 영화 '히트맨2'를 보는 내내 웃고 떠들었고, 먹고 싶은 음식도 마음껏 즐겼다. 그는 "대형 극장의 인프라를 누리면서도 내 집 거실에서 영화를 보는 것처럼 편안했다"고 전했다.

    # 평소 영화를 즐겨보는 대학생 박 모씨는 매달 프라이빗 영화관에서 열리는 영화 동호회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여러 사람과 함께 작품을 보고 토론을 하면서 관련 지식을 쌓고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을 새롭게 사귀면서 무미건조했던 취미생활에 활력을 얻고 있다.

    최근 소수의 관람객을 위한 프라이빗 상영관이 다양한 형태로 극장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과거 프라이빗 상영관은 고급화 전략의 특별 상영관으로 통했지만, 최근에는 부티크처럼 꾸며진 소규모 영화관부터 대형 극장 안에 룸 형태로 만들어진 '극장 속 극장'까지 훨씬 다채로워진 모양새다. 이는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성장으로 극장이 아닌 집에서 영화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진 영향도 크다. '일반 극장보다 편하게, 집보다는 좋은 퀄리티'를 내세워 대중의 세분화된 수요를 겨냥한 것이다.

    서울의 프라이빗 영화관 '칠인더시네마'는 아예 OTT로 관람객이 원하는 영화를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일종의 대관 파티룸을 영화관 형태로 꾸민 것이다. 120인치 4K 고화질 스크린과 입체적인 음향을 느낄 수 있는 5.1채널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 시스템, 최대 12인을 수용할 수 있는 계단식 소파 좌석을 갖추고 있다.

    2023년 홍대점을 시작으로 지난해 6월 용산점까지 오픈해 현재 두 곳을 운영 중이다. 100% 예약제로 운영되며 회차별로 4시간~4시간30분, 심야 시간에는 7시간30분 동안 한 팀씩 이용할 수 있다.

    칠인더시네마는 지난해 영화팬들을 위한 특별 상영과 더불어 전문가 토크, 와인 시음회 등 상영작 관련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시즌즈'도 새롭게 론칭했다. 일례로 영화 '와인을 딸 시간'(2020)을 상영하면서는 소믈리에와 함께 영화를 보고 와인을 마시고 배우는 시간을 가졌고,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2018)를 상영할 때는 영국왕립미술원 현대미술 도슨트를 초청해 반 고흐의 작품 세계를 소개했다. 이현우 칠인더시네마 대표는 "영화 모임을 만들고 싶어서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올해부터는 매달 운영할 계획"이라며 "대부분 20·30대로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 많이 찾아온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르씨네프리베'는 영화관&라운지 콘셉트로 프라이빗 영화관과 테라스 카페, 와인·위스키바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110인치·130인치 스크린과 9.1.4채널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 시스템을 갖춰 관람객이 OTT로 자유롭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회차별로 3시간, 7시간(데이), 14시간(나이트) 단위로 운영되며 소규모 시사회, 드라마 촬영 등을 위한 대관 서비스도 제공한다. 신작이 아닌 옛날 영화를 상영하는 서울 성수동의 소규모 영화관 '무비 랜드'도 영화팬들 사이에 인기다.

    일찍이 특별상영관으로 고급화 전략을 펼쳐온 대형 극장들도 프라이빗 상영관을 다각화하고 있다. CGV는 2021년 서울 연남점을 시작으로 주요 지점에 '프라이빗 박스'를 확대 도입 중이다. 현재는 용산아이파크몰, 압구정, 영등포 등 전국 8개 지점에서 다양한 프라이빗 박스를 운영하고 있다. CGV가 지난 1월 스크린을 천장까지 확장해 새롭게 선보인 4면 SCREENX관에도 상영관 뒤쪽 2층 양편에 4개 좌석이 하나의 룸으로 구성된 프라이빗 박스 2개가 있어 회차별로 주중 20만원에 이용 가능하다.

    CGV 프라이빗 박스의 공간과 서비스는 지점마다 각양각색이다. IMAX관에 설치된 압구정점의 프라이빗 박스는 2인용 룸 5개로 구성돼 있고, 특히 지하 2층에 자리한 3개 박스는 일반 관객들과 분리된 개별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특별함을 더했다. 용산아이파크몰점의 프라이빗 박스는 전용 엘리베이터와 함께 안마의자가 있는 전용 라운지를 제공한다. 또 부산 서면상상마당점 프라이빗 박스의 경우 상영관 내 모든 좌석을 프라이빗 박스로 구성했다.

    메가박스도 코엑스점에서 대관 전용 상영관 '더 부티크 프라이빗' 2개관(8인석·10인석)을 운영하고 있다. 회차별로 하루 4회 운영하며 영화는 예매 시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인 작품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8인석은 주중 50만원에 최대 3시간 동안 이용 가능하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생일파티나 프러포즈 같은 이벤트를 위해 대관하는 분이 많다"며 "고객 요청에 따라 영화 상영 전후에 이벤트 영상을 따로 재생하는 등 맞춤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시네마 역시 월드타워점에서 대관 전용 상영관 '샤롯데 프라이빗'을 운영 중이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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