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왼쪽)가 2016년 10월 캐나다를 방문한 당시 마뉘엘 발스 프랑스를 총리를 환영하는 의식이 진행 중인 가운데 두 나라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캐나다 총리실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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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현직 시절 캐나다 출신 기자로부터 프랑스어로 질문을 받는 일이 종종 있었다. 반 총장은 나름 프랑스어에 일가견이 있었으나 그래도 영어로 대화를 나누던 도중 갑자기 프랑스어가 치고 들어오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마다 반 총장은 “주로 영어권 국가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해 프랑스어를 많이 접하지 못했다”며 “프랑스어를 더 자주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곤 했다. 2021년 아메리카 원주민 출신으로는 처음 캐나다 국가원수에 해당하는 총독에 취임한 매리 사이먼의 경우 자신의 프랑스어 실력이 부족함을 인정하며 “학교 다닐 때 프랑스어를 배울 기회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계속 프랑스어 공부를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하기도 했다.
문제는 영어를 구사할 줄 아는 캐나다 국민들 사이에 ‘굳이 프랑스어를 써야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정서가 강하다는 점이다. 캐나다 국적 항공사 에어캐나다 마이클 루소 최고경영자(CEO)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2021년 퀘벡주 몬트리올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기자가 프랑스어로 질문을 던지자 “영어로 다시 해달라”고 요구했다. 자신이 프랑스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나는 프랑스어를 말하지 않고서도 몬트리올에서 살 수 있었다”며 “그게 몬트리올의 엄연한 현실”이라고 해명했다. 당장 프랑스계 주민들 사이에 분노가 일었다. 루소의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왔다. 다급해진 그는 “제 발언에 불쾌했을 분들께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프랑스어 실력을 향상할 것”이라고 다짐해야 했다.
마크 카니 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가 9일(현지시간) 차기 캐나다 총리로 선출된 뒤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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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다투는 캐나다의 총리가 바뀐다. 프랑스어와 영어를 둘 다 유창하게 구사하는 쥐스탱 트뤼도 현 총리가 조만간 물러날 예정인 가운데 9일(현지시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 출신의 마크 카니(59)가 차기 총리로 선출된 것이다. 앞서 총리직에 도전장을 내민 지도자 4명이 지난달 24일 프랑스어 토론회에 참여했는데 카니는 “후보자들 중에서 프랑스어를 가장 못한다”는 혹평을 들었다. 프랑스계 주민들 사이에서 ‘총리 자격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으나, 일각에서는 ‘미국이 캐나다를 집어 삼키겠다고 떠드는 판국에 총리의 프랑스어 구사 능력이 뭐 그리 중요한가’라는 반론도 제기한다. 프랑스어가 서툰 캐나다 총리의 정치적 앞날이 어떨지 지켜볼 일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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