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인페퍼/그래픽=이지혜

금융당국이 자산 규모 10위권 수도권 대형 저축은행에 대해 적기시정조치를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매각 명령을 받은 자산순위 10위 상상인저축은행이 다음주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영실태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페퍼저축은행의 경우(자산 7위) 최근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일단 '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9일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 4곳에 대한 적기시정조치 안건을 논의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 경영실태평가에서 직전 2분기 연속 종합등급 3등급 이하·자산건전성 또는 자본적정성 등급 4등급 이하 저축은행 4곳의 명단을 금융위에 전달했다.

금융위는 4곳 저축은행 가운데 수도권에 영업구역을 둔 상상인저축은행에 대해 적기시정조치 '권고'를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자산순위 10위권의 수도권 소재 저축은행으로 지난해 9월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이 22.27%를 기록, 자산 건전성 등급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적기시정조치는 경영개선 권고-요구-명령 순으로 내려지는데 가장 낮은 단계인 '권고'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경영개선 권고를 받으면 부실자산의 처분, 자본금의 증액, 이익배당의 제한 등의 처분을 받는다. 다만 영업정지를 하는 것은 아니다.

상상인저축은행이 경영개선 '권고'를 받으면 지난해 12월 안국저축은행과 라온저축은행에 이어 3번째다. 다만 앞선 두 저축은행은 자산 규모가 크지 않지만 상상인저축은행은 수도권에 영업구역을 갖고 있는 대형저축은행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에 관심이 쏠린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 2019년 불법대출 사건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매각명령 처분을 받은 상태다. OK저축은행을 보유한 OK금융그룹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타진 중이지만 가격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이 적기시정조치를 받으면 매매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상상인 계열사 중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도 경영실태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향후 추가적으로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를 받을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수도권에 영업구역을 둔 자산순위 7위의 페퍼저축은행은 이번에 적기시정조치 '유예'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저축은행은 한때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당국 요구 수준인 12% 이하로 떨어졌다가 지난 1월과 2월 각각 100억원, 2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규제비율을 맞췄다.

페퍼저축은행은 개인사업자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려 자산이 단기간 급성장 했으나 이로 인해 부실채권 비율이 치솟고 적자 전환을 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주주가 유상증자를 하면서 일시적으로 규제비율을 맞출 수 있었지만 다시 지표가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만 "수도권 대형 저축은행이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올랐지만 영업정지 수준의 고강도 조치가 아니기 때문에 저축은행 업권 전반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연말부터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약 10곳이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 '낙제점'을 받아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올랐다. 지난해 12월에 2곳이 '권고'를 받았고 추가로 2~4곳이 경영개선 조치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대규모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사태를 계기로 저축은행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종합 방안을 조만간 내놓는다. 중저신용자 중심의 서민금융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는 대책이 제시될 것으로 관측된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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