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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5 (토)

“네 살 때 순직한 아버지 그리며 꿈 키워” 신임경관 150명 경찰대학서 임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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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충남 아산 경찰대학 이순신홀에서 열린 '2025년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에 신규 임용 경찰들이 참석해 있다. /경찰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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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대학에서 열린 ‘2025년 신임 경위·경감 임용식’에서 임용장을 받은 경위 공채 민세희(27) 경위는 고(故) 민병헌 경사의 딸이다. 경남 창원중부경찰서 교통과에서 근무하던 민 경사는 2002년 9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근무 중 교통사고로 순직했다. 민 경위가 네 살 때였다. 부친과 함께한 기억은 별로 없다. “아빠에 대한 기억은 어렴풋한 정도로만 남아 있는데, 저를 무릎에 앉혀 놓고 기역, 니은, 디귿, 리을 하시면서 한글을 가르쳐주시던 모습이 가끔 떠오릅니다.”

그런데도 아버지처럼 살고 싶었다. 제복을 입고 남을 도울 수 있는 직업을 꿈꿨다. 경남 창원의 주류 제조 업체 ‘무학’에서는 순직한 민 경사 가족에게 한 달에 50만원씩 돈을 댔다. 대학은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부로 진학했다. 졸업 후 경위 공채 시험을 준비했고, 수험 기간 2년 만에 합격했다. 민 경위는 “주변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도 못 달아봤던 경위를 달고 경찰을 시작하게 됐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며 “지금껏 사회에서 받았던 도움을 이제부터는 국가와 국민께 돌려드리고 싶다”고 했다. 여성·아동 등 약자를 돕는 여성청소년과에서 일하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이날 민 경위와 함께 임용장을 받은 이승규(34) 경위는 대학을 세 곳 다녔다. 첫 대학은 경희대였다. 공대로 입학해 2학년까지 다니다가 다시 수능을 치르고 청주교대에 들어갔다. 경찰대학 진학이 목표였는데 이루지 못했다. 학교 생활은 안정적이었다. 2021년 결혼에 골인한 부인도 이곳에서 만난 두 살 어린 동기였다. 졸업한 뒤에는 경기도로 임용시험을 봤다. 정규 교원이 돼 수원의 한 초등학교에서 4년을 근무했다. 그 뒤 부산의 한 군부대에서 정훈장교로 군 복무를 했다. 신혼이었는데 3년 4개월을 주말 부부로 지냈다.

제대 후 다시 교편을 잡았다. 그런데 경찰이 되고 싶다는 꿈이 또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때마침 경찰대학에 편입 제도도 생겼다. 반대하는 아내를 3개월간 설득해 편입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교직은 아예 면직을 했다. 이 경위는 “워낙 간절했다. 눈을 감아도 경찰 제복이 아른아른거렸다”며 “스스로를 벼랑으로 몰아세워야 게을러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1년 3개월을 준비해 경찰대학에 붙었다. 그 뒤 2년간 아내와는 또 다시 주말 부부로 살았다. 그는 “이제 꿈을 이뤘으니 기다려준 아내에게 잘하겠다”라고 했다.

이날 두 사람을 포함해 경찰대 졸업생과 경위 공채, 변호사 등 경력 채용 선발자 등 150명이 임용장을 받았다. 경찰대 출신이 91명, 경위 공채 채용자가 51명, 변호사 등 경력 경쟁 채용자가 8명이다. 임용식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임용자, 가족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최 권한대행은 “올해는 대한민국 광복과 함께 태어난 경찰이 8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라며 “오늘의 마음을 잊지 말고 진정한 국민의 봉사자로서 선배들이 이룩한 업적과 역사를 훌륭히 계승해달라”고 말했다.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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