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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탄핵에 멈춰선 '간첩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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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6회 반도체대전(SEDEX)’에 반도체 웨이퍼가 진열돼 있다. 이번 전시는 'AI 반도체와 최첨단 패키지 기술의 융합'이라는 주제로 이날 부터 오는 25일까지 진행된다. 2024.10.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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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들어 지난 9개월 동안 정치의 민낯을 봤어요."

국민의힘 한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하며 대표적인 예시로 '간첩법 개정안'을 들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해 11월3일 법안심사1소위원회를 열고 간첩법(형법 98조)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이 법안은 '적국'인 북한뿐 아니라 '외국 및 이에 준하는 단체'를 위한 간첩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간첩죄 조항은 외국으로부터 국가 기밀 유출 시도가 빈번해지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입법이 추진됐다.

여당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박지원, 박선원, 장경태 의원 등이 앞다퉈 법안을 발의했다. 소위에선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일부 이견을 냈으나 전반적으론 큰 진통 없이 통과됐다.

그러나 12월 초 간첩법 개정 작업에 급제동이 걸렸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공청회 개최를 주장하면서다. 소위까지 통과한 법안, 그것도 제정안이나 전부개정안이 아닌 일부개정안에 공청회를 여는 것은 이례적이다.

민주당이 입장을 바꾼 것은 지도부의 의중과 무관치 않다. 이 대표는 지도부 비공개회의에서 간첩법 개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개정된 법이 악용될 가능성 등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12·3 비상계엄 이후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정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여당이 법안의 조속한 상정을 요구하자 "민주당이 간첩법을 반대해 계엄을 일으킨 것처럼 하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내란수괴 피의자는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간첩법 개정에 반대하는 건 아니라면서도 법사위 여당 간사가 제안한 공청회 일정에 대해선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우선이란 이유다. 민주당 관계자는 "간첩법 공청회는 탄핵심판 선고 후에 열기로 했다"며 "언론도 관심이 그 쪽에 쏠려있고 지금 하면 의원들이 안 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대통령 탄핵이 가장 중요한 현안임을 인정하더라도 민생을 생각하면 중국 등 타국의 스파이들이 반도체 등 첨단산업 기술을 빼돌리는 걸 막는 게 과연 후순위라고 할 수 있을까. 정치의 핵심은 권력 획득이라고 했던가. 그렇더라도 민생이 정치의 본령임을 부인할 순 없다.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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