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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6 (일)

이슈 시위와 파업

민생 대신 시위…국회 뛰쳐나간 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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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국회 밖 치열한 여론전

野 삭발·단식·3보1배 장외집회

與 62명 헌재 앞 ‘릴레이 시위’

“힘대결 멈추고 국회 복귀해야”

박찬대(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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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추경호(왼쪽부터), 김기현, 윤재옥 의원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 촉구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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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여야의 ‘아스팔트 정치’ 행보가 고조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헌법재판소의 결단을 압박하며 연일 국회 밖으로 뛰쳐나가는 데 이어 ‘구태 정치’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삭발과 단식, 3보 1배까지 등장했다. 정치권이 말로는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에 승복하겠다”면서도 오히려 ‘분열의 정치’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14일 오전 광화문 인근에 설치된 천막 농성장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고 윤 대통령 파면을 거듭 촉구했다. 현장에는 신변 위협 우려로 불참한 이재명 대표를 제외한 지도부 전원이 참석했다.

민주당은 지난 7일 법원이 윤 대통령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한 직후 주말부터 야(野) 5당과 함께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를 개최하며 장외 투쟁 모드에 돌입했다. 매일 저녁 비상행동 장외집회를 열고, 집회를 마친 후 자정까지 현장에서 의원들의 릴레이 농성을 진행 중이다. 12일부터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광화문 천막농성장까지 걸어가는 도보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박수현·민형배·김준혁 민주당 의원과 윤종오 진보당 의원 등 야권 의원들이 모인 ‘윤석열탄핵국회의원연대’는 11일부터 헌재에 탄핵 선고기일 지정과 대통령 파면을 요구하며 광화문에서 단식 농성 중이다. 민주당의 잠룡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광화문 인근에서 9일부터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박홍배·김문수 민주당 의원은 11일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며 국회에서 삭발식을 진행했다.

조국혁신당 국회의원들은 전날(13일)부터 광화문에서 헌법재판소까지 세 걸음마다 한 번씩 절을 하는 3보 1배 행진에 들어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11일부터 헌법재판소 앞에서 ‘대통령 탄핵 각하’ 24시간 릴레이 시위를 진행 중이다. “민주당처럼 장외 투쟁을 하거나 단식을 통해 헌재를 압박하는 행동은 안 하기로 했다(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도부 방침과 달리 윤상현·강승규 의원을 시작으로 박대출·추경호·김기현·윤재옥·장동혁·정점식·서명옥 등 소속 의원 108명 중 절반이 넘는 62명이 참여 의사를 밝히고 거리행을 택했다.

참여 의사를 밝힌 의원들이 늘어나면서 당초 하루 1~2인 규모였던 시위는 5인 규모로 커졌다. 윤상현·조배숙·윤재옥·이인선·박수영 의원 등 국민의힘 기독인회 의원들은 14일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 헌재 앞에서 ‘탄핵 각하 길’ 걷기를 진행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광장에서 국민을 만난다고 하지만, 자발성 없는 ‘동원의 정치’만 이뤄지고 있다”며 “최소한 일부 상임위라도 적극 가동하며 현안 대응을 해도 모자랄 시기에 죄다 광장에만 죽치고 있고, 교대도 없는 비효율적 투쟁 방식에 끌려다니는 상황”이라고 자조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장외 집회는 어쩌다 한 번씩 광장에 나가서 의지를 보여주면 되는 것”이라며 “이렇게 계속하면 동력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영남권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장외 투쟁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는 당 지도부에 대해 “안에 앉아있으면서 밖으로 내보내는 일종의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대통령이 구치소에 있을 때는 오히려 더 과감한 싸움이 가능했는데, 석방된 뒤에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더 자중하고 겸손한 자세로 국민에게 호소해야지, 너무 강한 모습으로 가면 민심의 역린을 건드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야가 거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민생 현안 논의는 전면 중단됐다. 추가경정예산안(추경)과 연금개혁, 반도체특별법 등 민생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가동된 국정협의회는 지난 10일을 마지막으로 다음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야가 구성에 합의했던 국회 연금개혁특위, 윤리특위 출범도 지연됐다. 의정갈등 논의를 맡고 있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는 18일 법안 상정을 위한 전체회의 일정에 합의했으나 법안 심사와 현안 질의를 위한 일정은 불투명해졌다고 한다. 한 복지위 관계자는 “의정갈등 뿐만 아니라 여러 민생 법안이 많이 계류돼 있는데도 상임위 일정이 최소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야 양당 수장은 “이미 여러 차례 헌재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승복은 당연히 해야 한다(이재명 민주당 대표)”고 했지만 실제로는 정치권이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1대 국회에서 거의 없었던 여야의 동시 장외 투쟁”이라며 “그만큼 정치 양극화가 점점 심해진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여야가 당력을 집중해 길거리로 나오고, 국회와 헌재 앞에서 머리를 깎고 단식하는 게 민주주의 국가의 풍경이라고 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야가 본업은 제쳐 놓고 길거리에 나와 일종의 ‘힘 대결’을 펼치는 것 자체부터 국회의 역할을 잘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회 본연의 자세로 복귀하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이고, 그것이 국민이 원하는 바”라고 했다.

김진·김해솔·양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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