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현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수술 뒤에도 통증·근력저하 호소
재활훈련으로 기능회복 이끌어야
로봇에 도움받아 보행 패턴 유도
일상 수행능력 38.6% 증가 입증
국내 재활로봇 기술 경쟁력 높아
근감소증 등 활용범위 확장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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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모(76·여)씨는 몇년 전부터 다리에 힘이 없어지고 저린 감이 심해 걷는 것조차 어려워지자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흉추 10~12번 부위의 황색인대골화증(ossification of the yellow ligament)으로 인한 흉부 척수병증(thoracic myelopathy)이란 진단과 함께 수술을 권했다. 황색인대골화증은 척추를 지지하는 황색 인대가 비정상적으로 딱딱하게 변하면서 뼈처럼 굳어지는 현상이다. 그로 인해 척수가 눌리면서 다리 힘이 약해지거나 감각이 둔해질 수 있다. 심한 경우 문씨처럼 걸음걸이에도 문제가 생긴다. 문씨는 나이가 걸려 주저한 끝에 척추수술을 받았지만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는데 한 달 가까이 되도록 다리가 뻣뻣하고 아파 혼자서는 걸을 엄두도 나지 않은 탓이다. 수술 이후 근육이 빠지고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데다 막상 일어서려고 하면 "넘어지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런데 박중현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의 권유로 ‘로봇 보조 보행 재활(Robot-Assisted Gait Training)’을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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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2~3배쯤 돼 보이는 로봇을 입고 걸어야 한다는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던 문씨가 훈련에 적응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물리치료사의 도움으로 재활 로봇을 착용하니 오히려 몸을 안전하게 지탱해주는 느낌이 들었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자신감이 붙었다. 총 5회로 구성된 로봇 보조 보행 훈련의 4회차 세션을 마친 문씨는 “(로봇을 이용하니) 뭔가가 잡아주는 것 같다”며 “자신감이 생기니 겁도 덜 난다”고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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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맘 먹고 척수수술 받아도 ‘통증·경직’ 호소…넘어질까 걷는 것도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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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로봇 입고 5회 훈련만에··· “일상 수행능력 39% 향상”
문씨를 포함해 2023년 6~12월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척추 수술을 받았던 고령 환자 32명을 대상자로 삼았다. 분석에 따르면 로봇의 도움을 받아 총 5회에 걸친 보행 재활 훈련을 받은 환자들은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 평균 38.6% 증가해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훈련 전후 일상생활에 필요한 개인 위생, 의복 착용, 식사하기 등의 수행능력이 얼마나 수월해졌는지를 측정한 수정바델지수(MBI)를 살펴본 결과다. 환자들은 수술 후 평균 17.9일 만에 로봇 보조 보행 훈련에 돌입해 특별한 부작용 없이 재활을 마쳤다. 환자 보행 능력을 평가·분류하는 기능적 보행지수(FAC)는 훈련 전 2.65점에서 훈련 완료 후 3.78점으로 상승했다. 만족도를 설문한 결과 피험자들은 로봇 이용에 대해서는 5점 만점에 3.30점, 로봇을 이용한 보조 보행 훈련 자체는 3.72점을 메겼다. 피험자들의 평균연령이 66.8세(중앙값)로 높은 편이었음에도 로봇을 이용할 경우 보행 시 낙상에 대한 공포가 감소한다는 데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로봇 보조 보행 훈련에 대한 효과를 명확하게 확인한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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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재활로봇 기술 세계시장서도 인정···낮은 의료수가에 현장 활용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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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향후 로봇 보조 보행 훈련의 활용 범위가 근감소증, 중환자실 환자 등으로 넓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지속적인 프로토콜 개선, 맞춤형 로봇 개발, 효과 검증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면서도 “원가 보전도 안되는 보험정책이 바뀌지 않는다면 의료진은 물론 로봇 개발업체들이 좌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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